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소니골통신-145: 김재진의 "먼 산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와 내 그림자

sosoart 2016. 10. 28. 22:40

 

 

먼 산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김재진

감잎 물들이는 가을볕이나
노란 망울 터드리는 생강꽃의 봄날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수숫대 분질러놓는 바람 소리나
쌀 안치듯 찰싹대는 강물의 저녁인사를
몇 번이나 더 들을 수 있을까
미워하던 사람도 용서하고 싶은,
그립던 것들마저 덤덤해지는,
산사의 풍경처럼 먼 산 바라보며
몇 번이나 노을에 물들 수 있을까
산빛 물들어 그림자 지면
더 버릴 것 없어 가벼워진 초로의 들길 따라
쥐었던 것 다 놓아두고 눕고 싶어라
내다보지 않아도 글썽거리는
먼 산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김재진
시인, 소설가, 전 방송PD
출생    1955년 3월 22일 (만 59세), 대구 | 양띠, 양자리
데뷔    1976년 영남일보 '외로운 식물의 꿈' 등단
학력    계명대학교

출처: Daum

 

김재진 시인은 몇의 나이에 이런 시를 썼을까?

 

마치 세상을 떠날 날을 받아놓은 외로운 노인처럼

내가 앞으로 이런 일을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하는

물음을 묻는 시인과 같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중,장년들도 아마 적지 않으리라.

 

그러나 정작 나이 들어, 저 멀리 갈 날이 점점 가까워지는

하늘의 날씨를 짐작하는 나이가 되면

 

입바른 말이 정말 사실로 나타날까 두려워 말을 조심하게 되는게 아닌가 싶다.

늙으면 죽어야지... !’ ‘이 꼴 저 꼴 뵈기 싫어 어서 떠나야지.... !’

이런 말들을 입 밖에 내놓기가 두려워진다.

 

내 이 세상을 구차하게 살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남들은 가진 것 모두 내려놓고 빈 마음으로 살아간다 하는데

나는 정말 아무 것도 가진 것도 없으면서

모든 것 버리며, 無常, 無念으로 살겠다고 객 적은 말

씨부렁거리던 치기로 버틴 지난 날들이 그 얼마만큼 이었을까?

 

이쯤에서 되돌아보면 참으로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가진 것 하나 없는 것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졌던 사람처럼

이제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살려 합니다라고 말을 했었다니.....

 

! 이제는 지난 날 하찮게 여겼던 모든 것과

미망을 헤매였던 어지러운 날들을

고적한 산촌에서 성찰하며 언제일지 모를

나의 날에 부끄럽지 않도록 나를 성찰하며

내 그림자가 내 키의 얼마만큼 인가를 그려보는 시간을 갖는다






- 나이가 들어 늙어간다는 것이 어떤 아름다운 풍경을 접할 때에도 내가 내년에도 또
이런 풍경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 굳이 나의 흔적과 체취를 남겨둘 만한 이유가 있을까....?' 생각을 해보면
어느 누가 '당신은 충분히 그럴 이유가 있습니다'라고 말 할 이가 있을까요?
부질없는 존재와 관계의 미련때문이겠지요.
이 세상에서의 소풍은 나의 마지막 날 화장한 한 줌의 재로 끝나는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살아 있는 날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고
그리고 아픔과 상처있는 이웃을 조금이라도 어루만져주는
마음가짐과 행동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생각을 해봅니다. 고맙습니다


- 태백산 주목의 고사목을 보면서, 아! 주목이란 나무는 이렇게 살아서도 천 년
죽어서도 천 년 질긴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데
나는 무엇 하나 좋은 흔적을 남기려고 애를 써 본 적이 있나...?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또한 이 세상에 모래알 같은 내 흔적 하나
남긴다고 무엇이 달라지나....?

그저 여름 날 밤, 깊은 하늘의 수많은 별들 중
내 별 하나 있을까? 생각하는 거와 같은 어리석음으로
지금을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밤은 지금 빗장을 잠그려고 뜰 안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좋은 밤 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