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소니골 통신-귀산촌 일기歸山村 日記 157

소니골통신 160: 비워내기 유감

비워내기 정진규 우리 집 김장날 내가 맡은 일은 항아리를 비워내는 일이었다 열 동이씩이나 물을 길었다 말끔히 가셔내었다 손이 시렸다 어디서나 내가 하는 일이란 비워내는 일이었다 채우는 일은 다른 분이 하셔도 좋았다 잘하는 것이라고 신께서 칭찬하셨다 요즘 생각으론 집이나 백 채쯤 비워내어 그 비인 집에 가장 추운 분들이 마음대로 들어가 사시게 했으면 좋겠다 이 겨울을 따뜻하게 나셨으면 좋겠다 정진규 시인 생몰 1939년 10월 19일 (경기 안성시) ~ 2017년 09월 28일 (향년 77세) 학력 고려대학교 대학원 데뷔 196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나팔서정'수상이상시문학상 외 경력 1988 현대시학 주간 이제 어느덧 12월의 중순이 되었습니다. 오늘 이곳 강원도의 산골에는 눈이 새벽부터 제법 내려서..

소니골통신 159: 또 가을이 오는 가 봅니다

또 가을이 오는 가 봅니다. 여름이 한창일 때 아마도 해마다 8.15가 지나면 뜰 앞의 작은 텃밭에 김장배추를 심곤 했습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거나 텃밭이 이, 삼백 평이나 된다면 그렇지는 않겠지만 텃밭이라야 그저 삼, 사십 평(전에 60대 때만 하더라도 오, 육십 평은 지었지만) 손바닥만 한 넓이를 가꾸는 것도 이제는 힘에 부쳐 올 해에는 우리 두 내외가 안 하겠다 번번이 되 뇌이면서도 아내가 “올해는 배추 값이 너무 비쌀 것 같다”며 힘이 들어도 배추를 심자고 해서 마지못해 올해에도 시장에서 배추모종을 사다 심었습니다. 지난 금요일 날 아내는 손주가 장염에 걸려 오지 못하고 혼자서 저의 공예작업장인 이곳 동락재에 내려와 마당의 우리 식구인 진도개 “복실이”와 그 딸인 “복자”와 그야말로 격한 인사를..

소니골 통신 158: 세유삼망(世有三亡)

제주 어느 차茶 밭의 빈 의자 2개 소니골 통신 158: 세유삼망(世有三亡) 김기택의 시 "벽"으로 오늘 이야기의 문을 열어봅니다. 벽 김기택 옆구리에서 아까부터 무언가가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내려다보니 작은 할머니였다. 만원 전동차에서 내리려고 혼자 헛되이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승..

소니골통신 157: 한 번은 보고 싶습니다

한번은 보고 싶습니다 오광수 한번은 보고 싶습니다. 먼발치에서라도 보고 싶습니다. 사는 모습이 궁금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내 가슴속에 그려진 모습 그대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인제 와서 아는 척해서 무얼 합니까? 인제 와서 안부를 물어봐야 무얼 합니..

소니골통신 156- 수첩의 이름을 지우며

이름을 지운다 허형만 수첩에서 이름을 지운다 접니다... 안부 한 번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전화번호도 함께 지운다 멀면 먼대로 가까우면 가까운대로 살아생전 한 번 더 찾아뵙지 못한 죄송한 마음으로 이름을 지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몸이 먼저 아는지 안경을..

소니골 통신 155- 세상은 또 바뀌고.... 김종삼의 시 "민간인"와 함께

potrait, 종이에 pigment liner 민간인 김종삼 1947년 봄 심야 황해도 해주의 바다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당포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 김종삼 시인 생몰1921년 3월 19일 ~ 1984년 12월 데뷔1953년 신..

소니골통신-154: 빵집 어린 아기

빵집 이면우 빵집은 쉽게 빵과 집으로 나뉠 수 있다 큰길가 유리창에 두 뼘 도화지 붙고 거기 초록 크레파스로 아저씨 아줌마 형 누나님 우리 집 빵 사가세요 아빠 엄마 웃게요, 라고 쓰여진 걸 붉은 신호등에 멈춰 선 버스 속에서 읽었다 그래서 그 빵집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빵과 집 걱..

소니골통신-153: 대통령 탄핵 유감 - 해피 버스데이/ 오규원

해피 버스데이 오규원 시골 버스정류장에서 할머니와 서양 아저씨가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제멋대로인 버스가 한참 후에 왔다 - 왔데이!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말을 영어인 줄 알고 눈이 파란 아저씨가 오늘은 월요일이라고 대꾸했다 - 먼데이! 버스를 보고 뭐냐고 ..

소니골통신-152: 어느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

남들 처럼 노후대책을 미리 준비했었다면 바람과 공기 좋은 이 제주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운영자님과 여러 회원님들 가끔 어쩌다 보면 신입회원으로 가입을 하였는데,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불평? 이라든지 이 카페가 뭐 그리 대단한 카페이기에 정회원이 되..

소니골통신-151: 효도와 자식 사랑은 어떤 의미일까?- 늙은 황소의 눈물/ 김형태

늙은 황소의 눈물 김형태 아버지를 모셔왔다 오기 싫다는 것을 억지로 모셔왔다 그런데 그만 큰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후, 아무도 아버지 곁에 가려하지 않았다. 강아지가 들어왔다 아무데나 똥오줌을 누고 털을 날려도 찡그리는 사람이 없다 앞 다투어 물고 빨고 침대에까지 데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