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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어처구니 / 이덕규外 2편

sosoart 2013. 1. 1. 22:41

어처구니 / 이덕규

이른 봄날이었습니다 마늘밭에 덮어놓았던 비닐을 겨울 속치마 벗기듯 확 걷어버렸는데 거기, 아주 예민한 숫처녀 성감대 같은 노란 마늘 싹들이 이제 막 눈을 뜨기 시작했는데요 나도 모르게 그걸 살짝 건드려보고는 갑자기 손끝이 후끈거려서 그 옆, 어떤 싹눈에 오롯이 맺혀 있는 물방울을 두근두근 만져보려는데요 세상에나! 맑고 깨끗해서 속이 환히 다 비치는 그 물방울이요 아 글쎄 탱탱한 알몸의 그 잡년이요 내 손가락 끝이 닿기도 전에 그냥 와락, 단번에 앵겨붙는 거였습니다 어쩝니까 벌건 대낮에 한바탕 잘 젖었다 싶었는데요 근데요, 이를 어쩌지요 손가락이, 손가락이 굽어지질 않습니다요 -계간 『시작』(2003, 가을호) -시집『다국적 구름 공장 안을 엿보다』(문학동네,2003)

어처구니 / 마경덕

나무와 돌이 한 몸이 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 근본이 다르고 핏줄도 다른데 눈 맞추고 살을 섞는다는 것 아무래도 어처구니없는 일 한곳에 붙어살며 귀가 트였는지, 벽창호 같은 맷돌 어처구니 따라 동그라미를 그리며 순하게 돌아간다 한 줌 저 나무 고집 센 맷돌을 한 손으로 부리다니 참 어처구니없는 일 -월간『우리詩』(2012. 6월호)

어처구니 / 하청호

어머니가 콩국수를 하려고 물에 불린 콩을 맷돌에 갈려고 하니 손잡이인 어처구니가 없었다. 할머니가 이 모습을 보더니 맷돌에 어처구니가 없다니 참 어처구니가 없구나 어머니도 어처구니가 없는 맷돌을 보다가 어처구니 없는 얼굴로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 어처구니- 맷돌의 손잡이 -『대구문학』(2010, 9/10)
여름날에 듣는 클레식 . . .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이사벨라 (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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