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스크랩] 산 내음이 다르다 / 이성부

sosoart 2013. 3. 4. 22:37



            산 내음이 다르다 / 이성부

            사람의 발자국이 덜 미친 내음새가 산에 들어가면 나를 사로잡는다 낮선 그러나 오래전에 어디선가 한번쯤은 만난듯한 꽉찬 고요 속으로 조심스럽게 나를 밀어 넣는다 무엇인가 보일까 저 고개에 이르면 어떤 풍경이 나타날까 바위를 건너 뛰고 풀섶을 헤쳐 나아간다 새로운 산 내음이 더욱 짙게 나를 따라온다 서울 가까운 산들과는 많이 달라서 코 흠흠거리며 이정체가 무엇인가 살피기에 바쁘다 여린 찻잎 우려낸 뒷맛같이 향긋한 내가 엄니의 자궁 속에서 배내짓 하며 저절로 익힌 내음일지도 몰라 아니면 먼 예날 하내의 하내(할아버지)들이 나뭇짐 지고 내려오면서 몸에 벤 삼베옷 내음일지도 몰라 오래됐으나 진부하지 않은 이 구수한 기운은 가슴 가득 깊이 담아 두었다가 집에 돌아가 두고두고 다시 숨쉬어 볼 일이다
    						
    					
    								
    				
    출처 : nie-group
    글쓴이 : 비비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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