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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을 조각이게 하는것에 대하여>전

sosoart 2013. 5. 13. 20:49
<조각을 조각이게 하는것에 대하여>전
민균홍, 고관호, 배형경2013.05.03 ~ 2013.07.07
▌전 시 명 : 조각을 조각이게 하는 것에 대하여
▌전시기간 : 2013.05.03~07.07
▌오픈행사 : 2013년 5월 3일 금요일 / 오후 5시
▌참여작가 : 배형경, 민균홍, 고관호
▌후 원 : 경기도, 남양주시



조각을 조각이게 하는 것에 대하여

임성훈(모란미술관 학예실장, 미학 Ph. D.)

우리는 현상만을 경험하지 않는다. 예술작품을 ‘본다’라는 것이 단지 대상으로서의 작품을 본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현상으로서 보이는 작품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또한 경험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Platon은 개별적인 현상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현상적인 아름다움은 가짜 이미지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이러한 현상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본질적인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묻고자 했다. 플라톤에 따르면, 이 세상의 모든 현상적인 아름다움이 다 사라진다 해도 그래도 존재하는 본질적인 아름다움은 이데아idea의 아름다움이다.

현대예술, 특히 1960년대 이후 전개된 현대예술의 특징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다원적이다. 여기에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내용과 형식을 가진 작품들이 등장하였고, 예술 장르들 간의 경계를 언급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장르를 넘나드는 새로운 조형적 시도가 지속적으로 모색되어 왔다. 현대 조각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특히 모더니즘 이후의 조각은 조각의 존재방식에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될 정도로 다양한 조형적 변용을 겪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조각을 조각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시대착오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현대조각의 바로 이러한 상황이 더욱 무엇이 조각을 조각이게 하는지를 물어보게 한다. 현대조각의 확장과 그에 따른 다양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조각을 조각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이 필요하다. 이러한 물음이 부재한다면, 현대조각이 드러내는 조형적 다양성이 갖는 의미 또한 퇴색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각을 조각이게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하나의 답을 상정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여기에는 이만 오천년 전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에서 오늘의 조각에 이르는 조각사의 근본 물음이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각의 존재방식과 관련해서 공간, 매스 그리고 구조가 조각의 본질적인 요소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조각은 공간의 놀이이다. 조형론의 관점에서 포지티브 공간과 네거티브 공간이 언급되기는 하지만, 조각의 공간 문제를 심층적으로 논의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 흔히 조각과 관련해서 공간에 대한 점유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조각은 공간을 점유하지 않는다. 공간은 본질적으로 '관계'로 이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각 작업은 매스(덩어리)를 다루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전통적인 작업에서 다루어지는 물리적 덩어리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조각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본 매스란 단지 움켜쥘 수 있는 덩어리가 아니라 어떤 조형적 분위기 내지 조형적 에너지를 질료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요소이다. 조각은 또한 필연적으로 구조적이다. 전통적인 조각에서 현대의 설치조각에 이르기까지 조각은 공간과 매스의 연관성 속에서 이루어진 어떤 구조로 존재한다. 이러한 조각의 구조는 조형적 긴장감을 촉발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기능하다.

조각의 본질을 이루는 공간, 매스 그리고 구조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조형적 측면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문화적 감수성과 정신성의 차원에서 또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조각을 조각이게 하는 것에 대하여>展에 참여한 세 명의 작가들(배형경, 민균홍, 고관호)은 저마다의 고유한 조형언어를 견지하고 있지만, 그들의 작업태도와 그 태도에 따른 산물인 작품들에는 지금까지 논의해 온 조각의 본질에 대한 문제의식이 공유되고 있다.
<조각을 조각이게 하는 것에 대하여>展 도록 “서문”에서 발췌

배형경
배형경은 지난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물음을 조형적으로 모색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브론즈와 철로 이루어진 배형경의 인체조각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흙이 존재의 흔적처럼 붙어 있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인체조각에는 섬세한 사실적 재현성이 생략되고 마치 다듬지 않은 거친 나무의 결에서 느껴지는 그러한 표현성이 강조되어 있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이러한 표현성이 결코 과도한 내면적 감정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인간이 처한 존재적 상황을 절제된 형식으로 보여주는 구도적인 조형성이 엿보인다. (...중략...) 인간은 초라하지만 존엄한 존재이다. 배형경의 인체조각은 인간이 아무리 초라한 존재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오히려 그로 인해 존엄할 수 있다는 역설을 조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도록 2013 모란미술관기획 <조각을 조각이게 하는 것에 대하여> 중 발췌

민균홍
민균홍은 철과 알루미늄을 재료로 조각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업을 한다. 금속을 다루는 작가이면서도 스테인리스 스틸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철과 알루미늄만을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어떤 조형적 사유가 함축되어 있는 듯 보인다. 철의 자연스러운 덧없음과 알루미늄의 물성에 따른 지속성이 대립성을 이루면서도 상호적으로 보완되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재료의 측면뿐만 아니라 선과 면을 위주로 한 조형적 형태에서도 이러한 조화로운 대립을 읽어낼 수 있다. (...중략...) 민균홍은 감각적으로 탄성을 자아내는 참신한 조각이나 독창적인 조각을 만들어내는데 별 관심이 없다. 그리 서두르지 않게 재료와 더불어 사유하는 작업의 과정 속에서 조각을 조각이게 하는 그 무엇인가를 체험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
도록 2013 모란미술관기획 <조각을 조각이게 하는 것에 대하여> 중 발췌

고관호
고관호는 매스의 본질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작가이다. 그런데 작가의 매스 개념은 흔히 조형적으로만 이해되는 매스와는 그 차원을 달리 한다. 고관호의 매스는 사유의 매스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들에 나타난 매스란 단순히 부분들이 모여서 이루어낸 어떤 덩어리가 아니다. 매스의 본질을 향해 거듭하여 물음을 던지고, 또한 이 물음에서 다시 새로운 방식으로 조형적 매스가 드러날 수 있는지를 부단히 고민해 온 작가의 반성적 산물이다. (...중략...) 고관호는 수학적으로 정밀하게 설계된 작업을 하면서도 동시에 이를 공간의 관계 속에서 자연스러운 조형성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매스의 본질을 반성적으로 사유하고, 조각의 근원적인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도록 2013 모란미술관기획 <조각을 조각이게 하는 것에 대하여> 중 발췌

 출처: 김달진 미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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