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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의 미래통신]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가 지배하는 알고리즘 사회

sosoart 2014. 2. 20. 18:50

[정지훈의 미래통신]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가 지배하는 알고리즘 사회 정지훈의 미래통신 등록일2014.02.14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가 지배하는 알고리즘 사회
지금 인간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무엇일까? 컴퓨터에서 생산되는 수많은 정보가 쌓여 ‘빅 데이터’를 만들어내자, 사람이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서 알고리즘이 세상의 기반이 되고 있다. 이렇게 인공지능이 사회를 좌지우지하다 보면 인간은 알고리즘에 지배당하는 것이 아닐까? 알고리즘의 지배에 길들여지면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은 영화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에서 그리는 암울한 미래일지도 모른다.
컴퓨터는 단순히 계산 잘하고 정해진 프로그램을 잘 수행하기만 하면 될까? 최근 아이폰에서 지원하는 시리(Siri)나 IBM의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Watson), 구글의 인공지능 기업 거액 매수 뉴스를 보면, 근 미래에 인공지능이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에 도입될 것으로 생각된다. 아니 어쩌면, 이미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를 크게 바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똑똑한 인공지능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미 수많은 인공지능 정보에 둘러싸인 세상에서 살고 있으며, 이런 정보에 장애가 생기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인식한다. 이는 우리들이 정보와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알고리즘은 아랍 수학자 무하마드 이븐무사 알 콰리즈미(Muhammad ibn Mūsū Al Khwārizmi)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입력된 자료를 토대로 원하는 출력을 유도해내는 규칙의 집합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이고, 우리는 그동안 이를 통해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왔다.

IBM의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 사람이 쓰는 언어로 질문을 던지면 답변을 할 수 있다.
IBM의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 사람이 쓰는 언어로 질문을 던지면 답변을 할 수 있다.

인터넷과 소셜, 그리고 모바일 기술 덕분에 수많은 사람과 기기들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도록 쉽게 네트워크에 접근하게 되었고, 그만큼 막대한 양의 데이터와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자 인간이 가진 인지의 한계 때문에 막대한 데이터에서 필요한 것을 적절하게 걸러주는 어떤 ‘역할’이 필요해졌다.

빅 데이터의 가치는 무엇인가
이렇게 많은 정보가 생산되다 보니 수많은 데이터가 쌓인, 이른바 ‘빅 데이터(Big Data)’가 각광받고 있다. 그런데 빅 데이터라는 이름으로 소개되는 수많은 컨퍼런스나 뉴스를 듣다 보면 주로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솔루션이나, 마케팅과 영업 등에 활용하기 위한 컨설팅 등에 이야기가 집중된다. 그래서일까? 빅 데이터가 단순 마케팅 용어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양도,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술도, 보여주는 기술도 아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본질적인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는 ‘가치 있는 정보’들이다. 사람들이 무엇을 공유하고, 어디에 가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어디에 관심이 있고 연결하고 생산하는지 등이 중요한 것이다. 이런 정보는 결국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을 좋게 만들고 제품이나 서비스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데이터의 양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의 인지 범위를 넘어서는 노이즈(noise)가 늘어날 뿐이며, 처리할 데이터가 많으니 속도가 느려지고, 보여주는 결과물이 복잡해지면서 혼란만 가중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추천 기술이나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이 점점 중요해진다.
데이터 분석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데이터 과학(Data Science)이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이터 과학자들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분석된 내용을 잘 보여주는 것도 또 하나의 테마가되면서 빅 데이터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는 듯하다. 데이터 저장과 접근 방식에 초점을 맞추던 지난 몇 년보다는 확실히 나은 방향이다. 그러나 여전히 지나치게 기술적이다.

처리할 데이터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사람들의 인지 범위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처리할 데이터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사람들의 인지 범위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분석이 많이 필요하다 보면 ‘분석의 과잉’을 가져와 사람들을 데이터 분석의 홍수에 빠뜨려 무감각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잠깐의 변화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분석 시점의 착시 효과에 의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으며, 일부 데이터 과학자들이 장난을 치는 오?남용 사례도 늘 것이다. 결국 데이터 과학이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데이터에 접근, 분석하고 이를 해석해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확실한 자율성을 가지고, 투명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데이터를 살펴보고 자신들과 관련된 가치를 뽑아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 한 가지 고려할 점이 있다. 이렇게 갖가지 방식으로 연결된 사회에서 빅 데이터는 계속 변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빅 데이터를 어떤 시점에서 분석하는 것 자체보다, 시간과 함께 변화하는 양상을 보고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어제의 데이터와 분석 내용은 오늘과는 다르며, 내일은 또 달라질 것이다. 이런 시간의 흐름과 함께하는 변화의 요체를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는 데이터 과학자나 도구들이 뽑아낼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고객이나 데이터 생산자, 기기의 데이터가 변했다면, 왜 변했는지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기술 변화에 따른 데이터의 변화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단지 데이터만 가지고 분석한다고 그 가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까? 빅 데이터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빅 데이터에도 역시 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알고리즘 사회의 명과 암
그렇다면 빅 데이터를 제대로 이용한 사례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인터넷 서점 아마존은 어떤 사람이 어떤 책과 영화를 구매했고 무엇을 검색했는지 등을 바탕으로 그 사람에게 맞는 책과 영화를 추천하고, 더 나아가서는 생활 행태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페이스북이 친구를 찾아주는 알고리즘은 놀라울 정도다. 이미지에 자신과 친구를 태그하고, 이런 다양한 행위를 데이터로 삼아서 최적의 데이터를 찾아주는, 훌륭한 알고리즘을 가진 좋은 서비스가 점점 늘고 있다.
2011년 TED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알고리즘 전문가 케빈 슬레이븐(Kevin Slavin)은 알고리즘에 지배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온라인 트레이딩 알고리즘이 점점 월스트리트를 지배하는 현상에 대해 설명하면서, 약간의 변화 패턴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엄청난 재앙적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이런 알고리즘이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고, 인간은 이제 여기에 관여하기 어려우며 심지어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그 원인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수학적인 알고리즘은 인간보다 똑똑해졌는지는 모르지만, 인간에게 있는 인지 능력은 없다. 아마존에서 <파리 만들기(The Making of a Fly)>라는 책에 황당하게도 2,360만 달러(약 255억 원)라는 가격이 책정된 적이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책에 그런 가치가 없음을 알 수 있지만, 우스꽝스러운 알고리즘은 어떤 인간도 관여되지 않은 가운데 그런 황당한 가격을 만들 수 있었다. 이것은 큰 문제다. 언제부터인가 인간이 배제된 가운데, 세상의 가장 중요한 것들을 알고리즘이 쥐락펴락하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에서 황당한 가격이 책정되어 유명해진 책 <파리 만들기>. 무려 2,360만 달러였다.
아마존에서 황당한 가격이 책정되어 유명해진 책 <파리 만들기>. 무려 2,360만 달러였다.

알고리즘이 시키는 대로
이런 알고리즘이 인간의 생활에 관여하는 사례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문화적 선호조차 알고리즘에 의해 좌지우지될지도 모른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보거나, 교보문고에서 개인 맞춤형으로 추천하는 책을 읽고, 어떤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여 개인적으로 좋아할 만한 콘서트를 추천하는 세상이 멀지 않았다. 실제로 이파고긱스(Epagogix)라는 영국 회사에서는 대본과 구성, 출연 배우 등 다양한 요소를 분석해서 어떤 영화가 히트할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돈을 벌어들일 것인지 예측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서 할리우드에서는 어떤 영화의 제작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데, 이렇게 된다면 천편일률적인 영화들만 제작하게 되지 않을까? 물론 이런 부작용에 대비도 할 것이고 알고리즘을 업그레이드도 하겠지만 복잡성의 한계에 부딪힌다면 재앙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법이다.
이렇게 어떤 판단을 내릴 때 인간이 비판적인 사고를 하지 않고 알고리즘이 시키는 대로 받아들이는 세상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이 ‘판단력’을 아웃소싱하고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 등의 영화에서 그려진 기계와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상이 이미 도래한 것이 아닌가? 알고리즘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을 줄이되, 그 가치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사람들의 주체적인 ‘작은 혁신과 행동(small innovation and action)’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데이터만 많이 쌓아놓고 분석만 많이 하며 수동적으로 알고리즘의 명령을 따르는 사람이나 기업이 혁신을 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다. 인간이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해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이것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적인 입장에 있을 때 기술에 의한 디스토피아적 시나리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KB레인보우인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