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는 타인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이미 어린 아이가 아니다.
사람의 샘은 막히고 세월이 흐름에 따라 완전히 메말라 버리고 만다.
우리의 눈은 빛을 잃고 시끄러운 이 세상을 어둡고 지친 얼굴로
서로 서로가 지나쳐 가버리고 마는 것이다.
사방이 어두워졌을때, 마음속으로부터 고독함을 느꼈을 때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양 옆으로 지나가면서도
아무도 서로가 누구인 줄을 알지 못한 때에
잊어버리고 잊던 감정이 우리 가슴 속에서 용솟음쳐 오르게 된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그것은 사랑도 아니고 우정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 저를 모르시겠어요? "
하고 냉정하게 우리 곁을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어진다
그러한 때에 사람과 사람 사이는 형제의 사이보다도
부모자식의 사이보다도, 친구의 사이보다도 더 친밀한 느낌을 갖게 된다.
그렇게 되면 타인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존재라는 말이
마치 성서의 낡은 잠언과도 같이 우리의 영혼 속으로 울려온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다른 사람의 곁을 그냥 지나쳐 가버리는 것일까?
모른다.
어느 성자는 이렇게 말했다
" 나는 난파된 작은 배의 파편들이 바다위에 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가운데 몇 개의 파편은 서로 만나서 잠시 함께 붙어 있었다.
얼마 후에 폭풍이 몰아쳐 와서 그 두 파편의 하나는 서쪽,
하나는 동쪽으로 몰고 가버렸다.
아 두 파편은 이 세상에서 절대로 다시 만나는 일이 없게 되었다.
인간의 운명도 그러한 것이다.
단지 거대한 난파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 뿐이다 "
막스 뮐러의 " 독일인의 사랑 " 中
Erica Hopper( b 1949 , America )
an impressionistic artist
www.ericahopperstudio.com
2012 / 01 / 15 in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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