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아트를 넘보다: PAD 런던
Art or Design?
아트인가,
디자인인가. 최근 디자인계에서
두드러진 현상을 꼽자면
단연 디자인과 예술의
크로스오버(영역 허물기)이다.
사실 디자인이 장식예술(decorative art)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이래, 어디까지가
디자인이고 어디까지가 예술인가
하는가 하는 질문은
끊이질 않았다. 그간
여러 해석이 제시된
가운데, 가장 명확한
구분 잣대는 실용성으로
수렴됐다. 실용성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이면
디자인으로, 순수 감상을
위한 ‘작품’이면
예술로 규정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디자인과 예술의 융합 현상이 진행되면서 이런 잣대는 점점 희석되고 있다. 디자인은 ‘희소성’ ‘장인정신(craftsmanship)’ 등의 포장을 덧대 예술로 보폭으로 넓히고 있고, 예술은 ‘실용’ ‘대중성’을 덧대 대중에 가까운 디자인의 영역을 파고들어 왔다. 특히 ‘art furniture’를 필두로 한 디자인의 아트화에 힘 입어 ‘디자인아트(Design art)’라는 단어가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에서 널리 확산되고 있다.
런던 버클리
스퀘어에 설치된 "PAD LONDON" 파빌리온 (사진 출처 PAD LONDON)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영국
런던의 버클리 스퀘어에서
열린 디자인 아트
페어 ‘제6회
PAD(Pavilion of Art + Design) 런던’은
이런 융합 현상을
또렷이 보여주는 전시였다.
2007년 프랑스 출신의
유명 컬렉터 파트릭
페렝(Patrick Perrin)이 설립한
PAD는 런던과 파리에서
1년에 한 번씩
열리고 있다. 초반에는
전후(past-war) 디자인과 컨템퍼러리
디자인에 포커스를 뒀지만
2009년 모던 아트와
디자인으로 페어 성격을
조금씩 바꿔 모던
아트, 사진, 디자인,
장식, 인터랙티브 디자인까지
다양한 영역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한 마디로 초고가 ‘디자인 작품’ ‘디자인 아트’가 거래되는 현장이다. 일반 디자인 전시가 아닌, 작품의 실질적인 거래가 이뤄지는 페어인 만큼 관객은 컬렉터와 갤러리 관계자다. 일반인들이 표를 끊고 관람도 할 수 있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관람객일 뿐, 전시의 주인공은 아트 시장을 움직이는 큰손들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컨템퍼리 디자인 갤러리 "데이비드 길"을 비롯한 하이엔드 디자인 갤러리들이 참여한 PAD 런던(사진출처 PAD LONDON)
PAD 런던 전시장 내부 모습. 순수 예술 작품과 디자인 작품이 어우러져 마치 고급 주택의 거실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사진출처 PAD LONDON)
올해는 ‘데이비드 길 갤러리(런던)’,’ 갤러리 푸미(런던)’, "갤러리 뒤 파사지(파리)’ 등 현재 세계 컨템포러리 아트와 디자인의 하이엔드 마켓을 형성하고 있는 톱 갤러리 60여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의 갤러리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한국에선 갤러리 서미가 작가 배세화, 박종선 등의 작품을 들고 나와 주목을 받았다.
PAD의 크로스오버적인
성격은 여느 디자인
박람회나 아트 페어와는
사뭇 다른 전시장
풍경을 자아냈다. 상업적이고
캐주얼해 보이는 디자인
박람회보다는 한껏 묵직한
반면, 무표정한 흰색
벽에 ‘판매 대기’
중인 작품을 내걸며
화이트 큐브의 근엄함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트 페어보다는 한결
명랑했다.
예컨대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같은
팝 아트 작가의
작품이 장 프루베의
빈티지 가구와 나란히
놓여 거래되고,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가구가 후안
미로의 그림을 배경으로
놓여 있는 식이다.
가구, 그림, 소품,
장식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부스 자체가
고급 주택의 거실처럼
연출됐다. 거래가 이뤄지는
‘아트 시장’이란
실체가 품격 있고
포근한 공간으로 포장되면서
거부감을 던 듯한
인상이다.
베스트 부스로 선정된 "갤러리 마리아 웨테르그렝" (사진출처 PAD LONDON)
언론도 흥미로운 관전평을
냈다. 현지 언론인
파이낸셜 타임스(FT)는
“PAD의 지붕 아래보다
아트와 디자인의 경계가
더 모호하거나 무의미한
곳은 없다”는
설명으로 PAD의 성격을
설명했다. 이 같은
아트와 디자인의 크로스오버의
배경엔 경기 침체라는
외부적 요인과, 하이엔드
문화 소비자의 새로운
문화 소구 트렌드가
작용하고 있다.
컬렉터와 갤러리 ‘그들만의
리그’라는 원죄를
조금이나마 씻기 위한
제스처인지, PAD는 올해
만 35세 이하의
신진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올해의 디자이너’를
가리는‘PAD Prize’를 신설했다.
Zaha Hadid(자하 하디드), Nigel Coates(나이젤 코츠),
Jasper Conran (제스퍼 콘란, 테라스
콘란의 아들), 톰
딕슨(Tom Dixon) 등 영국
디자인계를 움직이는 거물로
구성된 수상자 선정위원단부터가
이 상의 중요성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올해 신설한 "PAD PRIZE"를 수상한 영국의 영 디자이너 윌 섀넌의 작품. 신문지와 폐콘크리트를 재가공해 테이블과 조명을 만들었다.(사진출처 PAD LONDON)
독보적인 창의성, 혁신적인 소재 사용, 디자인의 예술성 반영이라는 세 카테고리로 나뉘어진 선정 기준에 따라 선정된 올해의 수상자는 22살의 영국의 영 디자이너 윌 섀넌(Will Shannon)이었다. 수상작은 ‘Harvest City Landscape’. 신문지와 폐콘크리트를 재가공해 섞어 만든 테이블 ‘Luna Table’ 위에 ‘The Kiln House’이라는 은으로 된 미니어처 집이 올려져 있고, 그 위를 런던의 진흙으로 만든 ‘NW pendant lamp’가 비추고 있다. ‘섀넌은 쇠퇴해가는 영국의 산업 풍경에 대한 오마주에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섀넌의 수상은 ‘재료에 대한 진지한 접근’ 덕이었다. 나이젤 코츠 심사위원장은 “머티리얼의 중요성이 쉽게 무시되는 요즘,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과연 우리가 많은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컨템포러리 디자인상을 수상한 자하 하디드의 커피 테이블 ‘Liquid Glacial’. (사진출처 PAD LONDON)
PAD는 신진 디자이너 외에도 컨템포러리 디자인상을 수상했는데, 수상작은 데이비드 길 갤러리가 내놓은 자하 하디드의 커피 테이블
‘Liquid Glacial’이었다. 심사위원단 중 한 명인 자하 하디드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성정된 건 그녀의 영향력이 건축계를 넘어 디자인계와
예술계까지 뻗어가고 있음을 방증하는 아이러니였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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