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스크랩] 겨울 들녘에 서서 / 오세영

sosoart 2012. 12. 31. 20:35
    시랑으로 괴로운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볼 일이다. 빈 공간의 충만, 아낌없이 주는 자의 기쁨이 거기 있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 떨어진 낟알 몇 개.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볼 일이다. 지상의 만남을 하늘에서 영원케 하는 자의 안식이 거기 있다. 먼 별을 우러르는 둠벙의 눈빛. 그리움으로 아픈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볼 일이다. 너를 지킨다는 것은 곧 나를 지킨다는 것, 홀로 있음으로 오히려 더불에 있게 된 자의 성찰이 거기 있다. 빈들을 쓸쓸히 지키는 논둑의 저 허수아비.
출처 : nie-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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