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시(詩)다, 라고 말하는 시집. 시가 무어냐, 묻는다면 이것이다, 라고 말할 순 없지만 짧은 두세 줄이 무수한 이야기를 펼쳐내는 것 글자 너머의 쓰여지지 않은 여백을 독자가 갖가지 색으로 채워가는 것 순간에 피어난 꽃 한 송이 무수히 날아드는 나비들
경지에 올랐다, 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겠지
언제쯤이면 이렇게 될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두 거지가 얻은 밥 나눠먹고 있다
초승달 힘차게 빛나고 있다
부들 끝에 앉은 새끼 잠자리
온 세상이 삥 둘러섰네
소나기 맞는 민들레 입 오무리고 견디는구나
굳세어라 금순아
할머니가 말하셨다 아주 사소한 일 바늘에 실 꿰는 것도 온몸으로 하거라
요즘은 바늘구멍이 안 보여
어찌 꽃 한 송이만 있겠는가 저쪽 마른 강바닥에도 아랑곳하게나 볼품없음이 그대 임이겠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나는 고향에서 고국에서 아주 멀리 떠난 사람을 존경한다
혼자서 시조(始祖)가 되는 삶만이 다른 삶을 모방하지 않는다
소말리아에 가서 너희들의 자본주의를 보아라 너희들의 사회주의를 보아라 주린 아이들의 눈을 보아라
겸허함이여
누우면 끝장이다
앓는 짐승이
필사적으로 서 있는 하루
오늘도 이 세상의 그런 하루였단다 숙아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겨울바다에는
헤어진 사람이
가거라
지금 뜨거운 사랑보다
지난날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이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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