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률 作 凝視
틈,사이 / 복효근
잘 빚어진 찻잔을 들여다본다
수없이 실금이 가 있다 마르면서 굳어지면서 스스로 제 살을 조금씩 벌려 그 사이에 뜨거운 불길을 불어넣었으리라
얽히고설킨 그 틈 사이에 바람이 드나들고 비로소 찻잔은 그 숨결로 살아있어 그 틈, 사이들이 실뿌리처럼 찻잔의 형상을 붙잡고 있는 게다
틈 사이가 고울수록 깨어져도 찻잔은 날을 세우지 않는다 생겨나면서 미리 제 몸에 새겨놓은 돌아갈 길 그 보이지 않는 작은 틈, 사이가 찻물을 새지 않게 한단다
잘 지어진 콘크리트 건물 벽도 양생되면서 제 몸에 수없는 실핏줄을 긋는다 그 미세한 틈, 사이가 차가운 눈바람과 비를 막아 준다고 한다 진동과 충격을 견디는 힘이 거기서 나온단다
끊임없이 서로의 중심에 다가서지만 벌어진 틈, 사이 때문에 가슴 태우던 그대와 나 그 틈, 사이까지가 하나였음을 알겠구나
하나 되어 깊어진다는 것은 수많은 실금의 틈, 사이를 허용한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네 노여움의 불길과 내 슬픔의 눈물이 스며들 수 있게 서로의 속살에 실뿌리 깊숙이 내리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Andante / T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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