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의 삶 / 이형산
그가 늘 짊어진 것은
멍에였다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은
고삐였다
그의 유일한 장식품은
신발도 아닌 코뚜레였고
그가 생각을 바꿀 때마다
걸고넘어지는 것은 장식품이었다.
그가 지나온 길은
바람 불 때마다 앞이 보이지 않는
황톳길이었고
한평생 발 디디고 다닌 곳은
발 빼기 힘든 질퍽질퍽한 땅이었다
그가 파헤친 것은 돌부리 가득한
비탈진 곳이었다.
그는 평생을 말하지 않고 살았다
세상에서 가장 큰 눈뜨고
나를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다.
그처럼 살지 않겠다고
그처럼 살지 않겠다고
잠에서 깰 때마다
되새김질하듯 중얼거리던
내가
그 길을 가고 있다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
출처 : nie-group
글쓴이 : 비비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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