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智異山 / 신석정
崇古(숭고)한 山의 Esprit는
모두 이 山頂(산정)에 集約(집약)되어 있고
象徵(상징)되어 있다.
-하여
神(신)은 거기에 내려오고
사람은 거기 오른다.
1
六月에 꽃이 한창이었다는 진달래 石南(석남) 떼지어 사는 골짝.
그 간드라진 가지 바람에 구길 때마다 새포름한 물결 사운대는 숲바달 헤쳐나오면,
물푸레 가래 ,전나무 아름드리 벅차도록 밋밋한 능선에 담상담상 서 있는 자작나무
그 하이얀 자작나무 초록빛 그늘에, 射干(사간) 나리 모두들 철그른 꽃을 달고 갸웃 고갤 들었다.
2
씩씩거리며 올라채는 가파른 斷崖(단애). 다리가 휘청휘청 떨리도록 아슬한 산골에 산나비 나는
싸늘한 그늘 桔梗(길경)이 서럽도록 푸르고 선뜻 돌 타고 굴러오는 돌돌 굴러오는 물소리 새소리
갓 나온 매미소리 온 산을 뒤덮어 우람한 바닷속에 잠긴 듯하여라.
3
더덕 으름 칡 서리고 얽힌 넌출 휘휘 감긴 바위서리, 그저 얼씬만 스쳐도 물씬 풍기는 향기,
키보담 높게 솟은 고사리 고비 관중 群落(군락)에 마타리 끼워 어깰 겨누는 덤불, 짐승들 쉬어간
폭싹한 자릴 지날 때마다 무심코 나도 뒹굴고 싶은 산골엔 헐벗고 굶주린 자취가 없다.
4
발 아래 구름이 구름을 데불고 우뢸 몰고 간 골짝엔 어느덧 빗발이 선하게 누비는데,
전나무 앙상한 가지에 유난히도 눈자위가 하이얀 동박새 외롭게 우는 소릴 구름 위에 위치하고
듣는 斜陽(사양)도 향그러운 길섶, 늙어 쓰러진 나무를 나무가 한가히 베고 누워 산바람 속에 숨이 가쁘다.
5
길 넘는 억새 시나대 번질한 속을 짐승인 양 갈고 나가면 山頂 가까이 들국화 산드랗게 트인
꽃벌판 눈부신 언저리에, 山木蓮도 꽃진 자죽에 붉은 열맬 숱하게 달고, 층층나무랑 나란히 섰다.
예서부턴 짤달막한 나무들이 얼굴만 뾰주름 내밀고, 남쪽으로 다정한 손을 흔들며 산다.
6
해가 설핏하기 앞서 재빠른 귀또리, 산귀또리 서로 부르는 소리, 어느 골짜구니에선 벌써
자즈러지게 소쩍새 울어예고, 자주 구름이 쓰다듬고 가는 山頂에 산을 베고 누우면,
하이얀 구름이 하이얀 커튼 사이사이 손에 잡힐 듯 촉촉 고갤 들고 솟아나는 별. 뻗어간 산맥의
검푸른 물결도 높아, 으시시 한여름밤이 차라리 겨울다이 칩다.
7
불피워 닦은 자리 아랫목보담 정겨운 山頂. 텐트 자락 살포시 젖히고 고갤 내밀면, 부딪칠 듯
떨어지는 잦은 유성도 골짝을 찾아 묻히는 밤.
어서 보내야 할 얼룩진 오늘과, 탄생하는 내일의 생명을 구가할 꿈을 의논하는 꽃보라처럼
난만한 露宿(노숙). 벌써 쌔근쌔근 산새처럼 잠이 든 벗도 있다.
출처 : nie-group
글쓴이 : 비비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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