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붕어가 끄는 달구지
장근배
쌔 빠지게 홀로 지은 황토집이 거반 되었다 싶어 귀퉁이마다 풍경을 달까
하니 주머니가 비게 생겼고, 오가리단지 만한 걸 가리킨 내 손끝이 골동품
상 주인이 부르는 가격에 덜덜 떨리는 거라, 그래 소 불알 크기의 풍경 하나
사다가 부엌문 위 처마 아래 덩그렇게 달아 놓았더니 바람 불 때마다 붕어
한 마리가 살랑살랑 꼴랑지를 치며 목청을 떠는디, 어느 山寺를 떠올려줘야
할 그 소리가 내 귀엔 소 목덜미에 달린 핑경 소리로 들리고 연꽃 핀 석탑이
그려져야 할 내 머리엔 덜커렁거리며 자갈길을 달리는 소달구지가 떠 올리는
거라, 그 시절이 국민학교 일 학년이었던가 이 학년이었던가, 냇물에서 툼벙
거리던 맨사댕이에 오솔오솔 소름이 일어 늘어진 버드나무 아래서 몸을 말리
다가 핑경 덜렁거리며 달구지가 다가오면 살금살금 다가가 허리 살짝 걸치자
마자 짓궂은 새끼들이 - 임재 꼼재 말 탄다네 - 하고 일러바치곤 했는디, 마루
에 누워 풍경소리를 들을 때 마다 내 집이 달구지로 보이는 거라, 덜커덩거려
더욱 좋은 집, 내 집은 한 다발 바람만 불어도 물고기가 끄는 달구지가 되어
추월산 등성이로 오르는 거라, 오늘 밤도 바람 억수로 쏟아진다.
히야, 차암 조오타.
출처 : 여행, 바람처럼 흐르다
글쓴이 : 여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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