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계의 과제
(104) 금년 가을, 서울의 미술관 문화가 바뀐다
박일호
금년 6월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하 서울관)이, 곧이어 7월엔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이하 북서울관)이 준공된다. 우리나라 미술관을 대표하는 두 곳에서 오랫동안 준비해온 미술문화 활성화를 위한 역사적 장을 열게 된다. 때를 맞춰 두 미술관에서 기존의 미술관들과 연계한 차별화된 운영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에선 동시대 한국과 세계 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에 초점을 두고, 미술 장르들을 혼합한 새로운 경향들을 펼쳐 내려 한다. 덕수궁관에선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까지의 근대미술 중심의 역사성과 대중성을 겸한 전시를 하고, 과천관에선 20세기 중반 이후 미술을 현대로 구분지어 한국과 세계의 현대미술에 관한 전시 및 소장품 위주의 전시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립미술관도 북서울관 개관을 계기로 특성화 전략을 말하고 있다. 북서울관은 시민공동체 문화를 활성화할 공공미술의 복합적 공간으로 만들고, 서소문관은 접근성이 좋다는 점과 미술 중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글로벌 미술관으로 만든다 한다. 사당역 근처의 남서울관을 생활미술관으로 특성화하겠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두 미술관이 미술계를 넘어 문화계의 중추 역할을 하고, 나아가 세계로 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에서 몇 가지 우려와 바람들을 덧붙이고 싶다. 우선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의문 하나. 현대와 동시대를 어떻게 구분할까? 라는 문제다. 연대기적으로만 구분할 수는 없을 거고, 무언가 다르고 특색 있는 차별화 쟁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결국 동시대 미술이란 것도 근대와 현대를 거치면서 각각의 경향들에 속해 있던 문제의식과 조형어법들이 전개된 것이기 때문이다. 근대, 현대, 동시대 미술이라는 구분을 살리면서 각각에 해당하는 특성과 경향들을 덧붙인다면, 더욱 구체적이고 설득력을 갖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은 서울 도심이 아닌 강북지역의 대표적 미술관으로 자리 잡게 했으면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막연한 공공성 개념보다 구체적인 효과가 나타날 전시나 사업들을 중심으로 해야 할 것 같다. 가뜩이나 문화면에서 소외됐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지역이란 점에서, 대중적인 관심과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전시를 해보면 어떨까. 그런 뜻깊은 문화행사를 계기로 평소 그곳을 찾지 않던 사람들까지도 모이게 하자. 그 사람들로 인한 경제적 유발효과를 만들어내면, 문화적 성과도 거두고 더불어 사는 서울 시민 공동체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미술문화를 위한 지평
미술관 운영에 대해서도 몇 가지 바람이 있다. 첫째는 본관과 분관으로 구분해서 전시와 업무의 중요도를 나누는 서열식 시스템은 아니었으면 한다. 전시 내용과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차별성이란 점에서 운영되어야만 창의적이고 독특한 아이디어들이 넘쳐나지 않을까. 둘째는 인력 구성 얘기다. 미술관련 전문직들을 계약직으로 만드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미술관 전문직 공채에 모이는, 학력과 경력이 훌륭한 미술계 인재들이 보다 오랫동안 안정된 위치에서 역할을 하도록 길을 열어주자. 셋째는 문화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만의 차별화된 프로그램과 미술문화 사업을 만들어 보자는 거다. 물질적 자산은 없지만, 정신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산물을 만들어낸다면, 세계 속의 유수한 미술관들 못지않은 문화적 긍지와 자부심도 갖게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서울의 문화 지형도가 바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미술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처: 김달진 미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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