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스크랩] 자전거 도둑 -박형권

sosoart 2013. 12. 7. 20:10

                       자전거 도둑

 

 

                                                                               박형권

 

   중랑천에 꽃 피었다는데

   꽃구경이나 갈까

   대문 앞이 허전하여 치어다보고 내려다보고

   어디가 비어 있나 샅샅이 뒤지고서야

   아, 자전거가 보이지 않는다

   도둑맞았구나

   아내의 장바구니를 실어나르고

   딸의 심부름을 실어나르고

   내 새벽 둔치 길을 실어나른 식구 같은 자전거가 사라지

고 없다

   아내도 나오고

   주인집에서도 나오고

   이층 열 식구가 다 나오고

   한골목 사람들 모두 나와서 추리하기 시작했다

   용의자는 떠오르지 않고

   내 속에 잠겨 있던 의심만 떠올랐다

   이 골목의 새벽을 뒤지고 다니는 사람은 두말할 필요 없

이 분리수거 할머니!

   옆집 목련꽃이 속 보여주는 것마저 의심하며 고물상으로

달렸다

   가다가 멈칫!

   -아빠, 어디 가세요?

   학교 갔다 오는 딸처럼

   <우리 슈퍼> 좌판 앞에서 자전거가 나를 부른다

   -새벽에 담배 사고 세워놓고 가더니 이제 찾으러 오는

거야?

   목련꽃 보기 부끄러워 돌아올 수 없었는데

   자전거가 나를 살살 달래가며 집 앞까지 끌어다놓았다

   내가 나를 훔쳐갔다

   나한테 용서받는 것이 제일 어렵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유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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