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민
김형경
나는 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오디오도 책장도 타자기도 버리고
걷잡을 수 없이 헤픈 씀씀이도 버리고
그것을 사 입으면서도 내내 가슴 한편이 저렸던
십만 원 단위의 투피스를 버리고
저 들판으로 내려갈 수 있을까
할 수 있을까 겨울 들판에 장작을 피워놓고
휴식하는 그들의 틈에서 잠시 쉰 뒤
야간작업 새벽노동 휴일잔업을 하며
기계의 소음을 참아낼 수 있을까 청결하지 못한 공기를
빼앗기는 새벽잠을 손 시린 추위를
가볍게 마시는 한 잔 찻값이 하루 생활비가 되고
매일 머리를 감을 수도 없고
화가 난다고 하루에 네 편 영화를 볼 수도 없고
가끔씩 사는 한 다발의 장미가 사치가 되는 삶을
아아 그런 삶을
그러나 곰곰이 따져 보면 진실로 내가 하고 싶은 건
빨리 돈을 모아 아파트를 하나 사는 일
비디오를 에어컨을 승용차를 굴리는 일
내 한 달 생활비가 하룻저녁 술값인 자들에게 분노하며
진실로 내가 원하는 것은
아아 비겁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유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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