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박목월
유성에서 조치원으로 가는 어느 들판에 우두커
니 서 있는, 한 그루 늙은 나무를 만났다. 수도승
일까. 묵중하게 서 있었다.
다음 날 조치원에서 공주로 가는 어느 가난한
마을 어구에 그들은 떼를 져 몰려 있었다. 멍청하
게 몰려 있는 그들은 어설픈 과객일까. 몹시 추워
보였다.
공주에서 온양으로 우회하는 뒷길 어느 산마루
에 그들은 멀리 서 있었다. 하늘 문을 지키는 파
수병일까. 외로와 보였다.
온양에서 서울로 돌아오자 놀랍게도 그들은 이
미 내 안에 뿌리를 펴고 있었다. 묵중한 그들의,
침울한 그들의, 아아 고독한 모습. 그 후로 나는
뽑아낼 수 없는 몇 그루의 나무를 기르게 되었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유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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