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스크랩] 나무 -박목월

sosoart 2014. 2. 15. 18:09

                         나무

 

 

 

                                                               박목월

 

   유성에서 조치원으로 가는 어느 들판에 우두커

니 서 있는, 한 그루 늙은 나무를 만났다. 수도승

일까. 묵중하게 서 있었다.

   다음 날 조치원에서 공주로 가는 어느 가난한

마을 어구에 그들은 떼를 져 몰려 있었다. 멍청하

게 몰려 있는 그들은 어설픈 과객일까. 몹시 추워

보였다.

   공주에서 온양으로 우회하는 뒷길 어느 산마루

에 그들은 멀리 서 있었다. 하늘 문을 지키는 파

수병일까. 외로와 보였다.

   온양에서 서울로 돌아오자 놀랍게도 그들은 이

미 내 안에 뿌리를 펴고 있었다. 묵중한 그들의,

침울한 그들의, 아아 고독한 모습. 그 후로 나는

뽑아낼 수 없는 몇 그루의 나무를 기르게 되었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유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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