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한테 배우다
복효근
동네 똥개 한 마리가
우리집 마당에 와 똥을 싸놓곤 한다
오늘 아침 그 놈의 미주알이 막 벌어지는 순간에
나는 신발 한 짝을 냅다 던졌다
보기 좋게 신발은 개를 벗어나
송글송글 몽오리를 키워가던 매화나무에 맞았다
애꿎은 매화 몽오리만 몇개 떨어졌다
옆엣놈이 공책에 커다랗게 물건 하나를 그려놓고
선생 자지라고 써놓은 것을 보고 킥킥 웃었다가
폐타이어로 만든 쓰레빠로
뺨을 맞은 국민학교 적이 생각나
볼 붉은 매화가 얼마나 아팠을까 안쓰러웠다
나도 모름지기 국가에서 월급 받는 선생이 되었는데
오늘 개한테 배운 셈이다
신발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니라고,
매화가 욕할 줄 안다면
저 개 같은 선생 자지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한영애/ 목포의 눈물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水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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