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박만엽
반생애(半生涯)를 새장에서만 살다가
이 세상 밖으로 무작정 뛰쳐나온
그런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우린 우연히 내가 역마살이 끼어
세상 밖을 떠돌다가 새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만났습니다
그 사람이 가진 것은
아직 움직일 수 있는 육체뿐
내가 가진 것은 허울 좋은 이름뿐
서로 하나씩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살기 위해
밤낮으로 몸을 혹사하며 일을 하는데
난 허울 좋은 이름 하나 남기고 죽기 위해
모든 것을 뒤로한 체 새장에 누워만 있습니다
그 사람은 세상 밖에서
난 새장 안에서 서로 이름 모를 새가 되어
지난 일들을 거짓 없이 주고받습니다
그래도 사랑은 느낄 수가 있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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