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그리운 시냇가 / 장근배

sosoart 2014. 7. 19. 16:52

 

 

19609

 

 

 

그리운 시냇가

                                    장근배

으스름달밤이면 좋겠네
솔부엉이 부엉부엉 짝을 찾는 밤
그대와 내가 이름없는 시냇가에 앉아
도란도란 물 따라 흐르면 좋겠네
반딧불이 깜박깜박 별빛처럼 날면 더욱 좋겠네

물에 잠겨 흔들리는 덜 여문 달 위로
어렴풋이 송사리 떼 거슬러 오르고
멀리, 아주 멀리 달무리 진 산골 마을엔
밝혔던 등불 하나둘 꺼져가는
자정을 넘길 듯 말 듯한 여름 밤
그대와 내가 시냇가에 마주하면 좋겠네

모나지 않은 납작한 돌로 내가 물수제비를 뜨면
동심원으로 그려진 파문으로 LP판이 된 시냇물에
그대는 축음기의 바늘이 되어 노래하면 좋겠네

함박꽃만큼 모래를 파고 조약돌을 울타리 삼아
통통하게 몸집 키운 다슬기 가두고 놀다가는
하늘 맑은 아침까지 뜬눈으로 지새워도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