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아버지/ 이원수

sosoart 2014. 9. 9. 21:04

 

19621

 

 

아버지

 

                      이원수

 

어릴 때

내 키는 제일 작았지만

구경터 어른들 어깨 너머로

환히 들여다보았었지.

아버지가 나를 높이 안아 주셨으니까.

 

밝고 넓은 길에선

항상 앞장세우고

어둡고 험한 데선

뒤따르게 하셨지.

 

무서운 것이 덤빌 땐

아버지는 나를 꼭

가슴속, 품속에 넣고 계셨지.

 

이젠 나도 자라서

기운 센 아이

아버지를 위해선

앞에도 뒤에도 설 수 있건만

아버지는 멀리 산에만 계시네.

 

어쩌다 찾아오면

잔디풀, 도라지꽃

주름진 얼굴인 양, 웃는 눈인 양

"너 왔구나?" 하시는 듯

아! 아버지는 정다운 무덤으로

산에만 계시네.

 

(이원수·아동문학가, 1911-1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