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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전시- 과천관. 황용엽: 인간의 길

sosoart 2015. 8. 19. 13:14

ART:MU

  • Digital Magazine of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 2015.08.01 / Vol.88
  • MMCA

    [과천관] 황용엽: 인간의 길

    2015-08-03 | VIEW 72

     

    전시 주최 국립현대미술관
    기간
    2015.06.30 - 2015.09.27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제 1전시실
    작가 황용엽 요금 2,000원
    시간 오전10시~오후6시(화~일)/단 매주 토는 오후 9시까지 연장 개관 / 매주 월요일 휴관
    (매주 수, 토 연장 개관 시간 시 무료, 문화가 있는 날_매달 마지막 수요일(8월 26일)무료)


    《황용엽: 인간의 길》전은 한국현대미술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원로 예술가들을 조명하는 국립현대미술관 현대미술작가시리즈 전시이다. 한국현대사의 격동 속에서 치열한 예술혼으로 독자적인 회화양식을 구축한 원로 화가 우산 황용엽(又山 黃用燁, 1931~)은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온전히 창작활동에 매진한 투철한 예술가상의 전형을 보여준다.



    1931년 평양에서 출생한 황용엽은 평양미술학교 2학년 때인 1950년 6.25 전쟁의 참화를 피해 월남하였다. 생존을 위한 치열한 투쟁 속에서 1957년 홍익대를 졸업한 황용엽은 1950년대 말 이후 한국화단을 휩쓴 다양한 예술 경향들 즉, 앵포르멜, 단색조 회화, 극사실주의 등의 집단적인 활동이나 화단 정치와는 거리를 둔 채 ‘인간’을 화두 삼아 자신만의 독자적인 형상회화의 세계를 구축하였다.



    어느날, 1990, 캔버스에 유채, 130x162cm, 국립현대미술관소장
    어느날, 1990, 캔버스에 유채, 130x162cm, 국립현대미술관소장

    황용엽에게 ‘인간’은 추악한 본능을 드러내는 악마의 얼굴과 무기력하고 발가벗겨진 연약한 모습을 함께 지닌 이중적인 존재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 ‘인간’에 대한 실망과 분노는 믿음과 희망으로 변화한다. 1960년대 황용엽의 작품은 시대의 암울함을 반영하듯 검붉은 색이 뒤섞인 어두운 색채와 폐허처럼 뜯긴 표면 속에 각인된 이지러진 형태의 인간상을 보여준다. 이에 반해 1970년대는 전 세대의 표현과 대조적으로 회색 톤의 단색조 배경과 감옥과도 같은 좁은 공간 속에서 자유를 박탈당한 수형자(受刑者)와 같은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1980년대 초반 피폐했던 시대의 무차별적인 폭력과 희생자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격렬한 표현의 ‘인간상’을 제시했던 작가는 이후 설화와 민화, 고분 벽화 등 민족 고유의 전통에 대한 탐구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1989년 「제1회 이중섭 미술상」을 수상하며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인정받은 황용엽은 1990년대를 통해 한계상황 속 절박한 인간들의 모습에서 벗어나 대자연을 배경으로 기나긴 인생의 여정을 떠나는 구도자(求道者) 같은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굴곡진 삶을 관조하는 시선을 보여주었다. 여든을 넘긴 현재까지 꾸준히 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작가는 지난 시절 선보였던 다양한 형태의 ‘인간상’을 현재의 시선과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대의 비극에 휩쓸려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억압당했던 기억, 가족과의 생이별, 악마 같은 인간의 본능을 목격했던 극단적인 체험은 황용엽의 몸과 마음속에 깊이 각인된 상처였다. 황용엽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화면 속에 토해내고 이를 용감하게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상실과 공포, 절망의 기억을 털어내고 인간에 대한 믿음을 서서히 회복시켰다. 황용엽의 60년 예술 여정은 한 인간의 숙명적인 삶에 대한 처절한 기록이자, 치유와 회복의 감동적인 울림으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황용엽: 인간의 길》 전이 개최되는 제1전시실은 황용엽의 예술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 시기별 흐름과 작품의 경향을 세심하게 고려하여 구획되었다. 1960~70년대의 공간은 미로와 같이 좁은 통로와 어두운 벽색을 통해 음울했던 시대의 절박함과 그 속에 휩쓸린 인간들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980년대에 선보였던 격렬한 표현의 인간 군상들은 벽면과 분리되어 단독자의 모습으로 설치되어 관객들과 대면한다. 1990년대 이후를 조망하는 공간에서는 토속적인 자연을 배경으로 삶의 여정을 떠나는 인물들이 묘사된 대형 회화 작품과 작가 인터뷰 영상이 상영된다.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1부는 전쟁으로 인해 분단된 조국, 떠나온 고향과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는 전후의 삶을 다룬다. 2부는 1960년대~80년대 단기간에 이루어진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부정된 근대성을 극복하려는 민주화를 주제로 한다. 마지막으로 3부는 세계화된 동시대의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삶을 보여준다. 전시공간(최정화 디자인)은 어두운 색에서 점차 밝고 화려한 색으로, 벽은 철망, 합판, 알루미늄, 비닐 등 다양한 재료로 제작되어 각 시대의 분위기와 감각적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과거의 사건들이 현재까지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사실상 1부와 2부를 이루는 내용은 완결된 과거가 아니라 동시대의 면면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를 되돌아보는 일은 단순히 더 존재하지 않는 과거를 그대로 소환하거나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다른 복수의 기억이 현재의 시점에서 재구성되는 ‘기억의 장’을 구축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시는 이 점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각 섹션에서 관람객은 당대를 직접 경험한 작가들과 기록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젊은 작가들이 섞어 내는 다층의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특히 2부에서는 시대를 풍미했던 가요와 사운드가 더해져(성기완 작업), 관람객은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는 데 머물지 않고 기억의 조각들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하면서 전시를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국립현대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