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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미술가의 재발견 1: 절필시대》 기자간담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객원연구원
국립현대미술관은 <근대미술가의 재발견 1: 절필시대>전을 5월 30일부터 9월 1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개최한다. 본 전시는 우리 미술사에서 저평가된 근대기의 작가를 발굴하고 재조명하고자 기획된 ‘근대미술가의 재발견’시리즈 중 첫 번째로, 정찬영, 백윤문, 정종여, 임군홍, 이규상, 정규 등 6인의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전시 개막에 앞서 29일에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였다.
인사말을 전하는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기자간담회에 앞서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의 인사말이 있었다. 윤범모 관장은 “절필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불행한 20세기 전반부에 살았던 작가들의 아픔이 작품 속에 담긴 내면의 흐름을 이해”하게 하며 “한국 근현대 미술 정리 작업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본 전시가 이 기초를 이루는 계기가 되어” 의미가 깊으며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였다. 특히 1980년대 미술평론가로서 발굴한 정찬영과 임군홍의 작품을 한데에 모아놓은 이번 전시는 그에게 청년시절을 떠오르게도 하며 마치 축복과도 같다며 그 남다른 의미를 전하였다
전시개요를 설명하고 있는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예진 학예연구사
김예진 학예연구사는 본 전시가 자의에 의해, 혹은 타의에 의해 절필된, 개인적인 비극으로 활동이 중단된 작가들을 재조명하는 것이라 하였다. 또한 전시의 의미에 대해서 “그동안 주류 화가들을 위주로 이루어졌던 전시와 그들 위주로 기술되었던 한국 미술사의 저변을 확대하고 소실 위기에 처한 자료와 연로하신 작가와 유족들의 기억들을 수집하는 작업들이 함께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예진 학예연구사가 기획의도와 전시개요를 설명하고 6인의 작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였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정종여의 <의곡사 괘불도>
<의곡사 괘불도>를 설명하고 있는 김예진 학예연구사
박물관·미술관에서 최초로 전시되는 <의곡사 괘불도>는 일반화가가 제작한 괘불로 그 의미가 남다르며 채색이나 화풍이 전통적인 불화의 형식을 따르지 않아 파격적이다. 김예진 학예연구사는 20대의 젊은 정종여의 패기와 당당함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 하였고, 윤범모 관장 또한 독특한 형식과 화풍의 괘불로 본 전시에서 강조한 작품이다.
1부 ‘근대화단의 신세대’의 전시 전경
본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되는데, 1부에서는 ‘근대화단의 신세대’인 ‘사생과 채색’의 정찬영과 ‘전통의 여맥’의 백윤모를 소개한다.
정찬영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김예진 학예연구사
정찬영, <한국산유독식물(韓國産有毒植物)>, 1940년대, 종이에 채색
정찬영의 세밀화가 삽화로 실린 『한국식물도감』
본 전시의 유일한 여류화가인 정찬영은 조선미술전람회의 최고상인 창덕궁상을 수상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였지만, 둘 째 아들을 병으로 잃은 뒤 그 충격으로 절필하였다. 이후 식물학자였던 남편 도봉섭의 『한국식물도감』에 실릴 삽화를 위해 붓을 다시 잡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식물도감을 제작하기 위해 제작한 식물세밀화 12점이 최초로 공개된다.
백윤문, <건곤일척(乾坤一擲)>, 1939, 면에 채색
백윤문, <고사인물도>, 1929, 비단에 채색
남성의 생활을 소재로 한 풍속화를 개성적인 화풍으로 완성한 백윤문은 연속으로 수상을 하는 등의 활발한 활동을 하였지만, 돌연 병마로 쓰러져 절필하였다. 해학적이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담고, 섬세하고 부드러운 필선을 사용하던 작가 특유의 개성이 담긴 백윤문 작품들이 공개된다.
2부 ‘해방 공간의 순례자’중 임군홍의 작품이 설치된 전시 전경
전시 2부 ‘해방 공간의 순례자’는 월북화가 정종여와 임군홍을 소개한다. 이들은 해방 후 1940년대 화단에서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월북 이후 남한의 미술사 연구에서 제외되었다.
정종여, <금강산 전망>, 1942, 종이에 수묵담채
정종여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김예진 학예연구사.
정종여의 월북 이후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자료
김예진 학예연구사는 정종여가 전국을 답사하면서 풍경을 어떻게 담았는지에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정종여가 전국을 답사하며 남긴 드로잉 60점이 최초로 공개되며 월북한 이후의 작품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이를 기록한 자료가 함께 전시되어 그의 남한과 북한에서의 예술세계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임군홍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김예진 학예연구사
임군홍, <가족>, 1950, 캔버스에 유채
중국 한커우와 베이징을 오가며 자유로운 화풍의 풍경화를 남긴 임군홍의 작품은 그의 이주 경로에 따라 전시가 구성되었다. 본 전시에서는 그의 그림의 모티브가 된 사진자료와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한 위스키 병이 함께 전시된다.
전시 3부인 ‘현대미술의 개척자’에서는 다양한 예술적 시도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절필한 작가들이 소개된다.
이규상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김예진 학예연구사
이규상의 작품이 전시된 모습
이규상은 우리나라 추상화의 단초를 연 중요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이른 나이에 타계하여 작품이 적어 제대로 연구되지 못했다. ‘신사실파’를 결성하며 한국 현대 추상회화의 1세대로 활동했으나 남아 있는 작품이 10여점에 불과하고 알려진 행적이 없다. 본 전시에서는 이규상과 관련된 아카이브와 제자, 동료 등 과 인터뷰한 자료를 한 자리에 모아 그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소개한다.
정규의 판화 작품이 전시된 모습
정규의 도예 작품
서양화가로 출발하였으나 판화가, 비평가, 도예가로 활동하면서 붓을 놓은 정규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한다. 정규는 ‘전통의 현대화’, ‘미술의 산업화’로 변해가는 과정을 추적하였으며 이 과정이 본 전시에서 그대로 공개된다. 특히 작가가 전통을 현대화하기 위해 판화와 탁본, 족자 등을 연결한 작품을 볼 수 있다. 김예진 학예연구사는 작가가 우리 미술을 현대화하기 위하여 장르의 확장을 시도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을지로 오양빌딩의 세라믹벽화까지 직접 가서 보기를 추천하였다.
윤범모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근대미술 연구와 전시로 특화된 덕수궁관의 역할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이 추진 중인 한국미술사 통사 정립 사업에도 일익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된 전시 연계 행사로 ‘한국 근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형학’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9월 7일 개최된다. 참여 작가와 작품세계를 주제로 연구자 5인이 발표할 예정이며 별도의 신청 없이 참석 가능하다. 자세한 사항은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mmca.go.kr)를 참고하길 바란다.
본 전시 관람을 통해 절필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작가들의 작품에 녹아있는 내면을 직접 확인하여 그들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고, 나아가 한국 근대 미술사에 대해 그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길 바란다. 전시는 9월 15일까지.
원고작성 및 사진촬영: 이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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