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스크랩] 호 수 / 이형기

sosoart 2011. 7. 23. 16:30




 
        호 수 / 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하던
        청춘이 어느덧 잎지는
        이 호수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처럼
        떨던 것이 이렇게
        잔잔해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속에 지니는 일이다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출처 : nie-group
글쓴이 : 비비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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