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가자 / 이정하
가자, 밤열차라도 타고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수년간 떠돌던 바람
여지컷 내 삶을 흔들던 바람보다도 빨리.
어둠보다도 더 은밀하고 자연스럽게.
가자,밤열차라도 타고
차창가에 어리는 외로움이나 쓸쓸함,
다 스치고 난 후에야
그것들도 내 삶의 한 부분이었구나 솔직히 인정하며.
가자, 밤열차라도 타고.
올때가 지났는데도 오지 않으면
내가 먼저 찾아 나서자.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지 말고
두 팔 걷어부치고 대문을 나서자.
막차가 떠났으면 걸어서라도 가자.
늘 내 가슴속 깊은 곳
연분홍 불빛으로 피어나는 그대에게
가서, 기다림은 이제 더 이상
내 사랑의 방법이 아님을 자신있게 말하자.
내 방황의 끝, 그대에게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