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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있는 그림(111)-꿈의 정원/진원장

sosoart 2012. 4. 27. 12:42

글이 있는 그림(111)



망초 꽃이 피면 장마가 온다는 말이 있다. 망초 꽃이 피는 계절이 6월쯤이다. 시기적으로 우리나라는 우기에 속한다. 3월부터 힘차게 올라오는 새싹은 어느새 내 키만큼 올라오는가 싶더니 금방 터질 듯한 자태는 바람에 흩날린다. 자연에 대한 존경심과 시간의 반복은 신기하기만 하다. 언제부터인가 내 캔버스에 가득 채워진 잡초들은 내 작업 속에 들어와 있다.

흰 바탕에 격이 없이 누비는 붓 자국은 내 마음을 시원하게 휘젓기도 하고 촘촘히 한 땀 한 땀 누비는 내 어머니의 그 손길과도 같다. 나의 유년시절 고향의 장독 뒤와 담 너머 보이는 풍경은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가고, 해 질 녘 들판은 은빛 찬란하며 불어오는 바람에 질서 정연히 정리된다. 항상 작업에 집중하고 몰입되어 있는 생활 속에 현실이든 비현실이든 나의 모티브는 유년시절을 암시하고 있다.



가끔 찾아가는 고향 길 들판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잡초에서 자신의 혼돈된 마음을 정리하고, 내 마음의 꿈길을 찾아 나선다. 한 켠에 날아가는 나비는 화면의 긴장감을 더하며 추억의 한 장면 아니겠는가?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고향의 소음은 나를 더욱 긴장시킨다. 이러한 생각들을 형상적 공간 위에 펼치면서 관객을 추억의 경험 속에 빠지게 하고 싶다. 이제 꿈의 여정의 작업은 한걸음 뒤로 물러나 나만의 세계에서 반추하고 정리하고 싶다. 언제나 작업하는 즐거움은 자유이며 권리이길 바라면서 이 봄이 따뜻할 거라고 생각한다

- 진원장(1953- ), 조선대 미술대 서양화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 개인전 23회, 국내외 단체전 수백회, 펜실베니아대 교환교수, 조선대 미술대학 교수, 조선대 미술관장

출처: 김달진 미술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