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스크랩] 허수아비 1 / 이정하

sosoart 2012. 7. 25. 08:04


     경기도 여주 북내면 일신리,  벼 수확하는 트랙터와 허수아비


        허수아비.1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외로우냐고 묻지 마라
        어떤 풍경도 사랑이 되지 못하는 빈 들판
        낡고 해진 추억만으로 한 세월 견뎌왔느니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누구를 기다리느냐고도 묻지 마라
        일체의 위로도 건네지 마라
        세상에 태어나
        한 사람을 마음 속에 섬기는 일은
        어차피 고독한 수행이거니

        허수아비는
        혼자라서 외로운 게 아니고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외롭다
        사랑하는 그만큼 외롭다.


         
        허수아비.2


        살아가다 보면
        사랑한다는 말만으로 부족한 것이 또한 사랑이었다.
        그에게 한 걸음도 다가갈 수 없었던 허수아비는.
        매번 오라 하기도 미안했던 허수아비는
        차마 그를 붙잡아둘 수 없었다.
        그래서 허수아비는 한 곳만 본다.
        밤이 깊어도 눈을 감지 못한다.

        허수아비, 그 이후
        밤만 되면 허수아비는 운다.
        늙고 초라한 몸보다는
        자신의 존재가 서러워
        한없이 운다.

        한낮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서 있지만
        밤만 되면 허수아비는 목이 메인다.

        속절없이 무너져
        한없이 운다.

         

        <이정하>

 

출처 : nie-gr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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