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스크랩] 들꽃 그림과 안도현 시모음

sosoart 2013. 1. 1. 18:10

 

 

 

 

 

 

 

 

 

 

 

가을 엽서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분홍지우개

 


분홍지우개로
그대에게 쓴 편지를 지웁니다
설레이다 써버린 사랑한다는 말을
조금씩 조금씩 지워나갑니다
그래도 지운 자리에 다시 살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생각
분홍지우개로 지울 수 없는
그리운 그 생각의 끝을
없애려고 혼자 눈을 감아 봅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지워질 것 같습니다


 

 

 

 

 

 

 

 

 

사랑은 싸우는 것

 


내가 이 밤에 강물처럼 몸을 뒤척이는 것은
그대도 괴로워 잠을 못 이루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창 밖에는 윙윙 바람이 울고
이 세상 어디에선가
나와 같이 후회하고 있을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이런 밤 어디쯤 어두운 골짜기에는
첫사랑 같은 눈도
한 겹 한 겹 내려 쌓이리라 믿으면서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어쓰고 누우면
그대의 말씀 하나하나가 내 비어 있는 가슴속에
서늘한 눈이 되어 쌓입니다
그대
사랑은 이렇게
싸우면서 시작되는 것인지요
싸운다는 것은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 벅찬 감동을 그 사람 말고는 나누어 줄 길이 없어
오직 그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인 것을
사랑은 이렇게
두 몸을 눈물 나도록 하나로 칭칭 묶어 세우기 위한
끝도 모를 싸움인 것을
이 밤에 깨우칩니다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인 것을



 

 

 

 

 

 

 

 

사랑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죄 짓는 일이 되지 않게 하소서
나로 하여 그이가 눈물 짓지 않게 하소서

 

사랑으로 하여 못 견딜 두려움으로
스스로 가슴을 쥐어뜯지 않게 하소서
사랑으로 하여 내가 쓰러져 죽는 날에도
그이를 진정 사랑했었노라 말하지 않게 하소서
내 무덤에는 그리움만
소금처럼 하얗게 남게 하소서

 

 

 

 

 

 

 

 

그대에게 가는 길

 

 


그대가 한자락 강물로 내 마음을 적시는
동안 끝없이 우는 밤으로 날을
지새우던 나는 들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밤마다 울지 않으려고 괴로워하는 별을

바라보았습니다
오래오래 별을 바라본 것은 반짝이는 것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어느 날 내가 별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헬 수 없는

우리들의 아득한 거리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지상의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길들을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해 뜨는 아침부터 노을 지는 저녁까지 이 길 위로 사람들이

쉬지 않고
오가는 것은 그대에게 가는 길이 들녘 어디엔가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랍니다

 

 

 

 

 

 

 

 

 

 

간격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간격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그대에게 가고싶다

 

그대에게 가고 싶다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으로 하나로 무잔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서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 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스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너에게 가려고
나는 을 만들었다

은 물소리를 들려주었고
물소리는 흰 새떼를 날려보냈고
흰 새떼는 눈발을 몰고 왔고
눈발은 울음을 터뜨렸고

울음은 을 만들었다
너에게 가려고

 

 

 

 

 

 



♬ 세레나데 ( Violin ) - 슈베르트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들풀처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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