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스크랩]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도종환

sosoart 2013. 4. 18. 20:56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하리라 마음 먹던 밤
돌아오면서 발걸음마다 심었던 맹세들을 떠올렸다
그 날의 내 기도를 들어준 별들과 저녁 하늘을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사랑도 모르면서 미움을 더 아는 듯이 쏟아버린
내 마음이 어리석어 괴로웠다

 

 

 

 

 

 

 

먼발치에서 당신을.....도종환

 

처음엔 당신이 나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도 사람들 뒷 편에서
당신 모습 바라보다 돌아왔습니다
사람들 틈에 쌓여 있는 당신 모습이
전보다 더 야위어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당신이
나를 알아보시지 못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왜 당신에게 좀더 가까이 가서
내 자신을
당신에게 드러내보이기 부끄러운 것일까요
혼자 맘으론 당신이 내 목소리를 잊지 않고
계시리라 생각하곤 하면서
이렇게
다시 천천히 되돌아 걸어오곤 하는 것인지요
돌아오는 길에 먼 어둠 속에서
불빛 두어 개 반짝이는 걸 보았습니다.
별 몇 개 그 위에 희미하게 떠서
내가 생각하는
당신 마음처럼 반짝이는 걸 보았습니다.
나는 왜 당신 앞에
가까이 나서기가 부끄러운 것인지요
처음엔 당신이
나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무엇인가 자꾸만
당신 앞에 떳떳하지 못하여
나 혼자만 생각하는 당신 향한
이 마음을 그리움이라 말하고
당신이 기쁘게 나를 알아보실 때까지
내가 몰래 보내는
나의 이 작은 목소리를
다만 기다림이라고 달래보면서
살고 있는 걸까요

 

 

 

 

 

 

 

차라리 당신을 잊고자 할 때.....도종환

 

 

차라리 당신을 잊고자 할때
당신은 말없이 제게 오십니다.
차라리 당신에게서 떠나고자 할 때
당신은 또 그렇게 말없이 제게 오십니다.
남들은 그리움을 형체도 없는 것이라 하지만
제게는 그리움도 살아있는 것이어서
목마름으로 애타게 물 한잔을 찾듯
목마르게 당신이 그리운 밤이 있습니다.
절반은 꿈에서 당신을 만나고
절반은 깨어서 당신을 그리며
나뭇잎이 썩어서 거름이 되는 긴 겨울동안
밤마다 내 마음도 썩어서 그리움을 키웁니다.
당신 향한 내 마음 내 안에서 물고기처럼 살아 펄펄 뛰는데
당신은 언제쯤 온몸 가득 물이 되어 오십니까
서로 다 가져갈 수 없는 몸과 마음이
언제쯤 물에 녹듯 녹아서 하나되어 만납니까
차라리 잊어야 하리라 마음을 다지며 쓸쓸히 자리를 펴고 누우면
살에 닿는 손길처럼 당신은 제게 오십니다.
삼 백 예순 밤이 지나고 또 지나도
꿈 아니고는 만날 수 없어
차라리 당신 곁을 떠나고자 할 때
당신은 바람처럼 제게로 불어오십니다.

 

 

 

 

 

 

홀로 있는밤에.....도종환

 

이것이 진정 외로움일까
다만 이렇게 고요하다는 것이
다만 이렇게 고요하게 혼자 있다는 것이
흙 위에 다시 돋는 풀을 안고 엎드려
당신을 생각하다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홀로 깊이 어두워져가고 있는 다만 이 짧은 순간을
외로움이라 말해도 되는 것일까
눈물조차 조용히 던지고 떠난 당신을 생각하면
진정으로 사랑을 잃고 비어 있는 것은 내가 아닌데
나도 당신으로 인해 이렇게 비어 있다고
내가 외롭다 말해도 되는 것일까
새로 돋는 풀 한 포기보다도 떳떳치 못하고
돌아오는 새들보다 옳게 견디지 못한 채
이것을 고독이라 말해도 되는 걸까
저 길고 긴 허공을 말없이 떨어져
어둔 땅 너머로 빗발들은 소리없이 잠겨가는데
빗방울 만큼도 참아내지 못하면서

겨우 몇 날 몇 해 홀로 길 걷는다고
쓸쓸하다 말해도 되는 것일까
흔들리기만 하면서 흔들리기만 하면서
고독하다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

 



 



 

18.APRIL.2013 by Jace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정효(jac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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