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스크랩] 이름을 지운다 / 허형만

sosoart 2013. 4. 29. 20:55

     

     

     

         이름을 지운다


             허형만


        수첩에서 이름을 지운다
        접니다. 안부 한 번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전화번호도 함께 지운다
        멀면 먼대로
        가까우면 가까운대로
        살아생전 한 번 더 찾아뵙지 못한
        죄송한 마음으로 이름을 지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몸이 먼저 아는지
        안경을 끼고도 침침해 지는데
        언젠가는 누군가도 오늘 나처럼
        나의 이름을 지우겠지
        그 사람, 나의 전화번호도
        함께 지우겠지

        별 하나가 별 하나를 업고
        내 안의 계곡 물안개 속으로 스러져가는 저녁

         

         

         

         

         


         

    허형만

    중앙대 국문과 졸
    1973년 『월간문학』 등단
    목포대학교 인문대학장 겸 교육대학원장 역임
    소파문학상, 전남문학상, 예술문학상, 전라남도문화상,
    평화문학상, 한국크리스챤문협상, 우리문학작품상,
    편운문학상, 한성기문학상 수상
    시집『청명』,『풀잎이 하나님에게』,『모기장을 걷는다』
    『입맞추기』,『이 어둠 속에 쭈그려앉아』,『供草』
    『진달래 산천』,『새벽』,『풀무치는 무기가 없다

     

출처 : nie-group
글쓴이 : 비비추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