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스크랩] 짧은 詩, 긴 여운

sosoart 2013. 5. 1. 11:55
짧은 詩, 긴 여운

 뒷모습 - 나태주

    뒷모습이 어여쁜
    사람이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다

    자기의 눈으로는 결코
    확인이 되지 않는 뒷모습
    오로지 타인에게로만 열린
    또 하나의 표정

    뒷모습은
    고칠 수 없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물소리에게도 뒷모습이 있을까?
    시드는 노루발풀꽃, 솔바람소리,
    찌르레기 울음소리에게도
    뒷모습은 있을까?

    저기 저
    가문비나무 윤노리나무 사이
    산길을 내려가는
    야윈 슬픔의 어깨가
    희고도 푸르다.
 

 

 사랑 만들기 - 이외수



비록 절름거리며 어두운 세상을 걸어가고 있지만요.
허기진 영혼 천길 벼랑 끝에 이르러도
이제 절망 같은 건 하지 않아요.
겨우내 자신의 모습을 흔적없이 지워 버린 민들레도
한 모금의 햇빛으로 저토록 눈부신 꽃을 피우는데요.
제게로 오는 봄 또한 그 누가 막을 수 있겠어요.
 

 

 그냥 좋은 것 - 원태연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어디가 좋고
    무엇이 마음에 들면,
    언제나 같을 수는 없는 것
    어느 순간 식상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특별히 끌리는 부분도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 때문에 그가 좋은 것이 아니라
    그가 좋아 그 부분이 좋은 것입니다.

    그냥 좋은 것이
    그저 좋은 것입니다.

 그리운 목소리 - 정호승

    나무를 껴안고 가만히
    귀 대어보면
    나무 속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행주치마 입은 채로 어느 날
    어스름이 짙게 깔린 골목까지 나와
    호승아 밥 먹으러 오너라 하고 소리치던
    그리운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늘냄새 - 박희준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오해(誤解) - 박만엽 

    그대 가슴에
    돌을 던졌나요.

    가슴으로 나눈
    대화이기에
    증거를 댈 수 없을 뿐

    난 그저
    그대 가슴에 사랑이 담긴
    꽃가루를 뿌렸을 뿐이라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살찐허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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