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김용택의 시 이야기] 나의 시, 자연이 말해 주는 것을 받아쓰다

sosoart 2013. 6. 1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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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의 시 이야기] 나의 시, 자연이 말해 주는 것을 받아쓰다 김용택의 시 이야기 2013.06.14
나의 시, 자연이 말해 주는 것을 받아쓰다
소쩍새가 소쩍소쩍 울었다. 소쩍새가 소쩍소쩍하고 울면 어머니는 “야야, 올해는 흉년이 들랑가 보다. 어째, 소쩍새가 ‘솥 텅 솥 텅 솥 텅텅’하고 운다”고 했다. 또 어떤 해에는 “야야, 올해는 우리 동네에 풍연이 들랑갑다. 소쩍새가 ‘솥 꽉 솥 꽉 솥 꽉꽉’하고 우는구나” 했다. 자연이 말해 주는 것을 어머니가 받아 말하고, 나는 어머니 말을 받아썼다. 그게 시가 되었다.
나는 내가 시를 쓰지 않았답니다./달빛이, 바람 소리가 구름 없는 하늘을 지나갔지요./오월이면 물무늬 피라미 새끼들이 노는 모래밭을 지나는 낮달을 보았지요./눈이 부신 새잎들이 피어나 박수를 치며 새들을 부르면/연보라색 오동 꽃잎이 종을 치며 땅에 떨어졌지요./푸른 오디가, 푸른 버찌가 내게 말합니다. 날 봐요. 나를 불러 봐요./지금 나는 이렇게 푸르지만, 곧 붉어졌다가 검게 익어 땅에 떨어질 거예요./나는 바람 부는 뽕나무가 말해주는 말을 받아썼지요./꾀꼬리가 이쪽 산에서 저쪽 산으로 강을 건너며 울면/깨를 열 개 심으면 열 개가 다 돋아나고/보리타작 하는 도리깨소리를 듣고/토란 싹이 돋았지요./마을에서는 맑은 샘물이 솟아났습니다./샘에는 가재들이 살았지요./가재들은 구정물을 일으키며 막힌 내 숨통을 뚫어주었습니다./내 방으로 찾아든 달빛을 찍어 달 빛 위에 시를 쓰면/달빛이 내 시를 가져갔습니다./사람들이 뭉게구름으로 목을 축이고/마루에 누워/바람을 불렀지요./깊은 강에서는 고기떼가/구름그림자처럼 서서히 방향을 틀며 놀았습니다./해지면 물고기들이 흐르는 강물을 차며 허공으로 뛰어올랐습니다./고기들이 그렇게 해 저문 강물 위에 시를 썼습니다./나는 내가 시를 쓰지 않았습니다./마른 흙 위를 걸어/열 개의 발가락으로 선명한 발자국을 찍으며 강으로 갔지요./발가락 사이로 비집고 나온 자운영 꽃이 내게 말했습니다./가지 말아요. 울지 말아요. 나는 떨려요. 나는 겁나요./이슬비 한 방울이 마른 이마에 떨어지면/지금도 나는/목이 마르고/붉은 속눈섭이 파르르 떨립니다. - ‘나의 시’ 전문, 김용택 지음


나는 오랜 세월 내가 태어나 자란 강가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농사꾼이었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자리에 누웠다. 해와 달이 하는 일을 알고 있었고, 해와 달이 하라는 대로 그들을 충실하게 따르며 살았다. 어머니는 가을바람이 하는 일을 알고 있었고, 아버지는 봄비가 하는 일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들이 하라는 대로 했다. 해와 달을 따르며 사는 마을 사람들 속에서 봄이면 허리 굽혀 같이 땅을 파 씨앗을 뿌리고 가을이면 거두어 들였다. 그들은 늘 같이 먹고, 같이 놀고, 같이 일했다. 혼자하면 힘드니까, 혼자 먹으며 맛이 없으니까, 혼자 놀면 재미없으니까. 그들은 그렇게 같이 놀고먹고 또 놀았다. 나는 그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



내가 사는 강가 마을에 가구 수가 많을 때는 서른다섯 가구까지 살았다. 지금은 열 가구 정도가 산다. 마을은 강 언덕에 있다. 내가 사는 집은 마을의 가장 앞쪽에 있다. 우리 집에서 50미터쯤 가면 바로 강변이고 강이다. 여름밤이면 더위와 모기를 피해 사람들은 강변에서 잠을 잤다. 여자들과 어린아이들은 집에서 잤지만 남자들은 모두 강가에서 잠을 잤다. 어른들은 느티나무 밑에서 자고 아이들은 느티나무 아래 강변 바위 위에서 잤다. 청년들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강변에서 마음껏 떠들고 놀다 잤다.
강변 잠자리에 들면 달이 우리 위를 지나갔다. 별빛이 떠서 이마 가까이 초롱거렸다. 별을 세며 잠이 들었다. 자다가 오줌이 마려워 눈을 뜨면 세상은 고요하고 적막했다. 아이들이 잠꼬대를 하며 잤다. 아이들 몸 위에 달이 떠 있었다. 달빛 아래 아이들의 잠든 얼굴이 또렷하게 보였다. 달빛을 받은 강물은 반짝였다. 아! 달빛을 받은 강물이 반짝이며 휘돌아가는 강굽이는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꿈속 같았다. 달빛이 시를 쓰며 강물을 건너고 달이 시를 쓰며 마을 위를 지나갔다. 겨울밤이면 달빛이 내 방을 찾아왔다. 나는 달빛 위에 시를 썼다. 달빛으로 달빛 위에 시를 써 놓으면 달빛이 내 시를 서쪽으로 가져갔다.

봄이 되면 강변에 풀들이 돋아났다. 해가 저물면 풀밭 위로 저녁 바람이 불었다. 풀밭에 귀를 기울이고 바람 소리를 들었다. 아! 바람 소리가 내게 시를 주고 지나갔다. 자운영 꽃이 피고, 토끼풀 꽃이 피면 맨발로 풀밭 위를 걸었다. 풀밭 속에 들어간 내 발등이 서늘했다. 소쩍새가 소쩍소쩍 울었다. 소쩍새가 소쩍소쩍하고 울면 어머니는 “야야, 올해는 흉년이 들랑가 보다. 어째, 소쩍새가 ‘솥 텅 솥 텅 솥 텅텅’하고 운다”고 했다. 또 어떤 해에는 “야야, 올해는 우리 동네에 풍연이 들랑갑다. 소쩍새가 ‘솥 꽉 솥 꽉 솥 꽉꽉’하고 우는구나” 했다. 꾀꼬리가 울면 어머니는 “야야, 꾀꼬리 울음소리 듣고 참깨가 나고, 보리타작 하는 도리깨소리 듣고 토란이 난다”고 했다. 정말로 꾀꼬리가 울 때 참깨가 나고 보리타작 할 때 토란이 났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어느 여름날, 나는 어머니와 앞산에서 콩밭을 매다가 더위를 피해 감나무 그늘에 쉬고 있었다. 얼굴의 땀을 훔치던 어머니가 흘러가는 하늘의 뭉게구름을 보며 “구름은 살랑 비 실러 가고, 바람은 살랑 꽃 따러 가고” 하시질 않는가. 자연이 말해 주는 것을 어머니가 받아 말하고, 나는 어머니 말을 받아썼다. 그게 시가 되었다. 나중에는 나도 귀가 열려 자연이 하는 말을 알아듣게 되었다. 자연이 말하는 것을 받아쓰게 되었다. ‘이슬비 한 방울이 마른 이마에 떨어지면/지금도 나는 /목이 마르고/붉은 속눈섭이 파르르 떨린답니다.’
흘러가는 강물이, 산을 그리며 강물을 건너오는 소낙비가, 맨발로 걷는 흙길 위에 내 발길이, 새벽 물소리가, 뽕나무 잎에 부는 바람 소리가, 앞산에 참나무 잎이, 저문 날 강물을 차고 뛰어오르는 물고기들이, 하얗게 강물로 뛰어드는 눈송이들이 말해 주는 것을 나는 받아썼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아침저녁과 밤낮이, 비와 눈과 바람이 시를 쓰며 지나갔다. 내 시는 내가 쓰지 않았다.

출처: KBSTORY(국민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