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들꽃 그리고

들꽃/고은     들에 가 들꽃 보면 영락없지요 우리 겨례 은은한 품성 영락없지요 들꽃 몇천 가지 다 은은한 단색이지요 망초꽃 이 세상꽃 이것으로 한반도 꾸며놓고 살고지고요 금낭초 애초꽃 해 질 무렵 원추리꽃 산들바람 가을에는 구절초 피지요 저 멀리 들국화 피어나지요 이런꽃 피고지고 복이지요 이런꽃 피고지고 우리겨레 복이지요 들에 나가 들꽃 보면 영락없지요         들꽃/박두순   밤 하늘이 별들로하여 잠들지 않듯이   들에는 더러 들꽃이 피어 허전하지 않네   너의 조용한 숨결로 들이 잔잔하다   바람이 너의 옷깃을 흔들면 들도 조용히 흔들린다   꺾는 사람의 손에도 향기를 남기고   짓밟는 발길에도 향기를 남긴다         들꽃/구광렬     주인 없어 좋아라 바람을 만나면 바람의 꽃이 되고 비를 만나면 비의 꽃이 되어라   이름 없어 좋아라 송이송이 피지 않고 무더기로 피어나 넓은 들녘에 지천으로 꽂히니 우리들 이름은 마냥 들꽃이로다   뉘 꽃을 나약하다 하였나 꺾어 보아라 하나를 꺾으면 둘 둘을 꺾으면 셋 셋을 꺾으면 들판이 일어나니 코끝을 간지르는 향기는 없어도 가슴을 파헤치는 광기는 있다   들이 좋아 들에서 사노니 내버려두어라 꽃이라 아니 불린들 어떠랴 주인 없어 좋아라 이름 없어 좋아라         들꽃 편지/박우복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다고 서운해 할 필요는 없단다 내가 이렇게 보고 있는데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망설일 필요도 없단다 내가 가까이 다가 가니까   많은 사람들에게 스치는 눈빛을 받기 보다는 한 사람의 진솔한 눈빛이 너의 가슴을 채워줄 것인데   욕심을 더 부린다고 세상이 달라지겠니 그만큼 마음만 무거워지지   너의 모습 하나만으로 나의 가슴도 채울 수 있으니 그대로 피어 내 마음도 받아주렴         들꽃처럼/조병화     들을 걸으며 무심코 지나치는 들꽃처럼 삼삼히 살아갈 수는 없을까   너와 내가 서로 같이 사랑하던 것들도 미워하던 것들도 작게 피어난 들꽃처럼 지나가는 바람에 산들산들 삼삼히 흔들릴 수는 없을까   눈에 보이는 거 지나가면 그 뿐 정들었던 사람아 헤어짐을 아파하지 말자   들꽃처럼 들꽃처럼 실로 들꽃처럼   지나가는 바람에 산들산들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삼삼히 그저 삼삼히           늘 나도 들꽃처럼/심여수   앞다투는 햇살아래 소나무 그늘보다 오만한 탐닉이 아니라 꽃잎 스쳐 들썩이는 바람따라 까딱이는 이파리의 환(幻)앞에서 그만 눌러앉고 맙니다 덜거덕거리며 끌고 다닌 날들을 다 쏟아내어도 어김없이 풀이 되고 꽃이 되는 진리 앞에 코를 들이대고 마셔보다가 소박함과 무욕이 낯선 것이 아니었구나 합니다 그만 말없이 나는 무안해집니다 그저 무안한 마음에 늘 나도 이처럼 살고싶다 아이마냥 우기며 들꽃 앞에 눌러앉아 일어설 줄 모릅니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심여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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