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 / 오봉옥
시작은 늘 노랑이다. 물오른 산수유나무 가지를 보라.
겨울잠 자는 세상을 깨우고 싶어 노랑별 쏟아낸다. 말하
고 싶어 노랑이다. 천개의 입을 가진 개나리가 봄이 왔다
고 재잘재잘, 봄날 병아리 떼 마냥 종알종알, 유치원 아이
들 마냥 조잘조잘. 노랑은 노랑으로 끝나니 노랑이다. 바
람도 없는 공중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어 잠든 아이를 내
려놓듯이 노랑꽃을 내려놓는다. 노랑을 받아든 흙덩이
는 그제야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초록으로 일어나기 시
작한다. 노랑이 저를 죽여 초록 세상을 만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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