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1938) 시지 맥(貘)의 시 한편
진혼가(鎭魂歌)
장응두
내 죽음의 길엔 촛불도 밝히지 말라
나는 울음을 싫어하노니
저 삼엄(森嚴)한 밤 풀벌레소리에
아는 듯 모르는 듯 실려 가리라.
묘지(墓地)도 구태여 있을 바 없고
작은 시내는 전설(傳說)처럼 흘러가고
더러 어린 딸기가 노래를 꽃처럼 찾아오는 곳
여기면 즐겨 내 영혼(靈魂)을 쉬일 수 있으리.
그러나 나는 여기도 머물지 않으리.
내 등신은 온갖 더러움일 레 처지고
영혼(靈魂)은 별처럼 날아 영원永遠한 집
어둠으로 돌아가리라.
하여 천년 뒤
까마귀 떼 설레는 광야(曠野)에 내 해골은 구을고
뇌장은 허하여 검게 질리었어도
나는 한바탕 웃음으로
지난 꿈들을 돌아보리라.
일제시대(1938년) 맥에 실린 한편의 시
何步 장응두(1913~1970) 시인
이 시는 통영 출신 何步 장응두(1913~1970) 시인의 시다.
장응두 시인은 한국시조 시인 중 누구의 추종도 불허할 만큼
독자적인 시 세계를 개척하여 시조의 현대화에 크게 기여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것은 현대 시조의 초창기에 그가 그만큼 개성적이고 뚜렷한
족적을 남긴 사실에 기인한다. 일찍이 ‘문장’지에 추천한 가람 이병기
선생은 장응두 시인을 가리켜 모래 속에서 금싸라기를 찾아내는 시인이라고
격찬한 바 있다. 이는 역시 그의 시재(詩才)가 남다르게 뛰어나고 격조 높은
시인 이다. 생전에는 한 권의 작품집도 발간하지 않고 작고한 문인이다.
1972년 7월 15일 유작시조집 ‘한야보(寒夜譜)’가 문인협회 부산지부에서
비매품으로 간행되었다. 그 중에도 이 시 진혼가(鎭魂歌)는 실리지 않았다
한다. 그런데 초정 김상옥 선생은 이렇게 좋은 시를 자신이 혼자만 외우고
있는 詩라고 말씀 하시면서 외어 주시던 시이다. .
그중 이 시를 좀 써달라고 해서 초정의 마지막 볼펜 글씨로 남겨주시기도 하셨다.
장응두의 진혼가는 초정선생의 외운시를 남겨주신 흔적이다. 1994년 부산의 용두산 공원
‘시의 거리’에 유치환, 최계락, 홍두표, 조향 등의 시와 함께 그의 ‘원(願)’이란 작품의 시비가
세워졌다. 그는 강직한 성품을 지닌 선비였다고 한다. 일생을 청빈한 생활로 깊은 사색에서
얻어진 그의 인생론적인 높은 경지의 달관과, 세속에 물들지 아니한 그는 이름 없이 묻혀 있다.
그러나 이 한편 의 시詩 로서도 대단한 시인이다.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이글을 쓰는데
오늘 은 그의 詩魂이 울 듯 창 너머 먼데서 까마귀 우는 소리가 서럽게 들려온다.
허윤정(맥 편집 주간)의 대구일보의기사이다 (입력시간:2008-07-13 19:10:20)
사진 : 달맞이꽃 Gl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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