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스크랩] 새들이 조용할 때 / 김용택

sosoart 2013. 10. 15. 20:41

 

 

 

 

 

새들이 조용할 때 / 김용택

 

 

 

어제는 많이 보고 싶었답니다.

그립고,그리고

바람이 불었지요.

하얗게 뒤집어진 참나무 이파리들이

강기슭이 환하게

산을 넘어 왔습니다.

당신을 사랑했지요.

평생을 가지고 내게 오던 그 고운 손길이

내 등 뒤로 돌아올 때

풀밭을 보았지요.

풀이 되어 바람 위에 눕고

꽃잎처럼 날아가는 바람을 붙잡았지요.

사랑이 시작되고

사랑이 이루어지기까지

그리고 사랑하기까지

내가 머문 마을에

날 저물면

강가에 앉아 나를 들여다보고

날이 새면

강물을 따라 한없이 걸었지요

사랑한다고 말할까요

바람이 부는데

사랑한다고 전할까요

해는 지는데

새들이 조용할 때

물을 보고

산을 보고

나무를 보고, 그리고

당신이 한없이 그리웠습니다.

사랑은

어제처럼

또 오늘입니다.

여울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물을 만들고

오늘도 강가에 나앉아

나는 내 젖은 발을 들어다봅니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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