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스크랩] 길 / 마종기

sosoart 2014. 1. 12. 22:58

 

     / 마종기

   높고 화려했던 등대는 착각이었을까,
   가고 싶은 항구는 찬비에 젖어서 지고
   아직 믿기지 않지만
   망망한 바다에도 길이 있다는구나,
   같이 늙어가는 사람아,
   들리냐,


   바닷바람은 속살같이 부드럽고
   잔 물살들 서로 만나 인사 나눌 때
   물안개에 덮인 집이 불을 낮추고
   검푸른 바깥이 천천히 밝아왔다.
   같이 저녁을 맞는 사람아,
   들리냐,


   우리들도 처음에는 모두 새로웠다.
   그 놀라운 처음의 새로움을 기억하느냐,
   끊어질듯 가늘고 가쁜 숨소리 따라
   저 흘리던 만조의 바다가 신선해졌다.


   나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몰랐다.
   저기 누군가 귀를 세우고 듣는다
   멀리까지 마중 나온 바다의 문 열리고
   이승을 건너서, 집 없는 추위를 지나서
   같은 길 걸어가는 사람아,
   들리냐,

 

 

 

 

   * Angel Illarramendi / Transcurre La Espera      
              

 글쓴이 : 음정, 水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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