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스크랩]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나태주

sosoart 2014. 1. 19. 22:52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나태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함께 약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나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 시화집『너도 그렇다』(종려나무,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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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을 시골과 소도시 공주의 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하다가 장기초등 교장을 마지막으로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던 중 췌장에 이상이 생겨 병원 중환자실에서 시한부 삶을 선고받았다. 당시 학교에서는 장례위원회를 구성하고 영정사진까지 준비했다고 한다. 그렇게 병석에 누워 죽음을 눈앞에 둔 처지에 자신보다 곁에서 간호하는 아내에 대한 안쓰러움이 더 컸기에, 그 마음을 하나님께 하소연하며 이 기도시를 마지막 편지처럼 썼다. 시를 읽으며 아내에 대한 애틋한 정과 사랑에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그런데, 기적적으로 병이 호전된 후 이 시에 화답하여 시인의 아내가 쓴 다음의 시를 읽을 땐 저린 마음이 총동원 범람하여 하마터면 눈물을 쏟을 뻔 했다. 지금의 나태주 시인은 건강을 되찾아 공주문화원장에 재선되어 6년째 재임하는 등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다. 그건 아무래도 두 사람의 이런 주고받는 호상간의 기도 덕분이지 싶다. 기독교 신앙인인 시인 자신도 그렇게 믿는 것 같다. 다른 이야기지만 지금 내 둘레에도 이런 기도의 힘이 꼭 필요한 친구가 있다. 오늘은 그 ‘기도빨’에 친구의 회복을 비는 내 마음도 묶어 보낸다.

 

 “너무 고마워요, 남편의 병상 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주신 하나님, 이제는 저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로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나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시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온 남자예요. 시 외의 것으로는 화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나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권순진

 

 

출처 : 詩하늘 통신
글쓴이 : 제4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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