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박목월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 전등의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 문 반.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 문 삼의 코가 납작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을 짜 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憐憫)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 문 반.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니 십구 문 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유현 원글보기
메모 :
'同樂茶軒-문화와 예술 > 詩가 있는 뜨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명자꽃 만나면 / 목 필균 (0) | 2014.02.15 |
---|---|
[스크랩]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0) | 2014.02.15 |
[스크랩] 명자꽃 만나면 / 목 필균 (0) | 2014.02.10 |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 류시화 (0) | 2014.02.09 |
함박눈/ 목필균 (0) | 2014.0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