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 류시화

sosoart 2014. 2. 9. 13:53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류시화



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
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

버릴 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듯
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 할 빈 자리가 있다는 듯
물은 자꾸만
산 아래 세상으로 흘러간다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눈을 감고
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
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

버릴 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듯
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 할 빈 자리가 있다는 듯
물은 자꾸만
내 안에 앉아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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