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스크랩] 가정 -박목월

sosoart 2014. 2. 15. 18:03

               가정

 

 

                                                                   박목월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 전등의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 문 반.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 문 삼의 코가 납작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을 짜 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憐憫)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 문 반.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니 십구 문 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유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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