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 채소, 동아와 죽순 | |||
작성자 | 문화재청 | 전화번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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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4-05-14 | 조회수 | 224 |
음식 조리에서 진상까지, 궁중조리인 왕·왕비·대왕대비·세자·세자빈 등 20여 명 정도 되는 왕족들은 대전, 중궁전이라는 독립된 집에서 각각 생활을 하며 시종들을 거느리고 불편함 없이 궁 안에서 살았다. 그들의 생활영역 주변에는 궁녀, 내시, 천민들이 각 전에 소속되어 상주하거나 밖에 살면서 궁으로 드나들며 일을 하였다. 궁궐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식생 활을 맡아 하는 부서인 사옹원은 관원들의 지시로 조리 전담자들이 왕조들의 일상식인 수라 공급부터 각종 궁중연회, 수렵행사, 온천 나들이, 강무 등에 필요한 음식준비를 모두 담당하였다. 조선왕조의 기본법령이라 할 수 있는 『경국대전』에는 음식을 담당한 사옹원의 직제가 기록되어 있다. 소속관원을 보면 기능직이 아닌 자문직이라 할 수 있는 도제조(都提調) 1인, 제조 4인(문신1/종친3), 부제조 5인(도승지1/종친4)이며, 사무직에 해당하는 사람은 제거(提擧)·제검(提檢)·정(正) 각 1인, 첨정(僉正) 1인, 판관(判官) 1인, 주부(主簿) 1인, 직장(直長) 2인, 봉사(奉事) 3인, 참봉(參奉) 3인이다. 기능직, 즉 직접 조리하는 사람들로는 재부(宰夫) 1인을 비롯하여 선부(膳夫) 1인, 조부(調夫) 2인, 임부(飪夫) 2인, 팽부(烹夫) 7인을 두었다. 재부는 지금의 주방장이라 할 수 있는 반감으로 대전·왕비전을 맡았고, 선부는 문소전(태조와 신의왕후 혼전)의 반감, 조부는 세자궁 세자빈궁의 반감 역할을 하였다. 임부는 불을 다루는 일을 하는 조리사로 대전·왕비전·세자빈궁 수라간의 각색장과 환관들이 모여 있는 처소인 다인청반감, 은기성상 등 각전마다 책임자로 일을 하게 하였다. 팽부는 음식물을 삶는 일을 하는 조리사들이다. 문소전·대전·왕비전·세자궁·세자빈궁 등 각 전에는 잡역을 하는 노자(奴子)인 궐내각차비(闕內各差備)가 있어 궁중식 마련의 실무를 맡는다. 어선(御膳)과 진상을 맡는 벼슬아치인 반감(飯監), 음식물을 만드는 구슬아치인 별사옹(別司饔), 음식상을 차리는 구슬아치인 상배색(床排色)이 있고 구이 담당인 적색(炙色), 밥 담당인 반공(飯工), 두부 담당인 포장(泡匠), 술 담당인 주색(酒色), 차 담당인 다색(茶色), 떡 담당인 병공(餠工), 찜 담당인 증색(蒸色) 등이 있다. 임금의 처소에서 직접 음식을 올리는 것은 내시부와 내명부에서 책임진다. 음식의 진어(進御)는 내시부의 내관과 내명부의 궁녀들이 주로 책임을 맡고 특히 ‘섬니내관’은 진상한 음식재료를 검수하거나 음식을 직접 맛보는 역할을 한다. 검수는 임금과 가장 가까운 왕후나 세자가 한 경우도 있고 조선왕조 말기에는 제도가 지켜지지 않아 지밀상궁(至密尙宮)이 그 역할을 하게 되었다. 여름철 궁중 채소, 동아와 죽순 궁중에서 쓰이던 채소로는 순채, 고사리, 도라지, 연근, 박고지, 승검초, 두릅, 오이, 동아, 가지, 송이, 마, 냉이, 콩나물, 숙주, 무, 무청, 파, 표고, 미나리, 물쑥, 갓, 생강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동아와 죽순은 가장 으뜸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실록을 통해 알 수 있다. 새로 얻게 되는 계절의 식품은 당연히 종묘에 계신 조상신께 올리는 게 조선왕조의 근본 예로 되어 있다. 『태종실록』과 『세종실록』을 살펴보면 시물(時物)을 종묘에 천신하도록 명하는데 5월에는 보리, 죽순, 앵두, 오이, 살구이고 6월에는 능금, 가지, 동아가 있다. 동아는 박과에 속하는 겉은 푸르고 하얀 속살을 가진 채소로, 지금처럼 채소가 흔하지 않은 때 겨울에 쓸 수 있는 귀한 채소였다. 선조 1574년에는 동아가 가뭄으로 말라 제대로 익지 않아 올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고하는 내용도 보인다. 살은 많지만 물도 많아 그대로 익히면 형태가 없어지니 조개를 태운 재에 묻었다가 단단해지면 정과를 만들거나 요리재료로 썼다. 동아는 궁에서는 만두로 해서 잔치에 썼는데 살을 얇게 떠서 껍질로 하고 그 안에 꿩, 닭, 버섯을 넣고 빚어 녹말을 묻혀 쪄낸다. 특히 토막을 내어 꿀에 조려 두고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정과는 짙은 붉은 빛을 띄며 말간 것이 아삭아삭 씹히는 맛으로 최고의 단과자였다. 죽순 또한 궁에서는 요긴하게 쓰이는 채소로,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5, 6월에 생 죽순이 들어오고 다음 달에 절인 죽순으로 들어온다. 햇것은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데친 것을 봄나물인 미나리, 숙주와 함께 초간장으로 무치는 죽순 채가 있다. 죽순은 세종 종묘의례에서 순저(筍菹)로 올렸으며 성종대나 연산군, 영조에 이르기까지 자식이 지극한 효도를 하는 정성을 중국고사를 빗대어 겨울에 맹종죽(孟宗竹)을 얻는 예를 들며, 진실로 근본을 바르게 정사하려면 죽순을 잘 기르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다 하였다. 현종 1661년에는 전남도에서 죽순 상납 시, 사옹원에서 뇌물을 받은 일을 아뢰는 내용도 있다. 죽순은 봄비가 내리고 나면 대밭에 뾰족이 솟아나는데 가실하고 누릇한 것이 여러 겹 싸여 있다. 죽순은 생것으로 쓰는 것은 잠깐이라 통조림으로 파는 것을 쓰게 된다. 통조림에 든 죽순을 갈라 보면 하얀 석회가 살 속에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죽순성분이 변화한 것이니 깨끗이 씻어 한 번 데쳐 쓰면 된다.
글 한복려(중요무형문화재 조선왕조궁중음식 기능 보유자) |
출처: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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