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
김복수
내 나이
한 잎 두 잎 단풍들어
가을인줄 알았는데
벌써 빈 들판을 지나는 찬 바람 소리
기러기처럼 울고 있구나.
돌아보면
문을 열어 놓고 사는 날보다
문을 닫아 놓고 사는 날들이
쾌청한 날보다
눈비 오는 날들이
많았던.그러나
어쩔 수 없었던 날들 뿐이었을까?
이제 내 인생 한 장 남은 일기장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나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
파란 날들아
단풍처럼 고운 날들아
낙엽 되여 떨어진다. 서러워 마라
한 잎 두 잎 쌓이면 거름이 되는 줄
세월도 알고 있더라
임종
김복수
형들이 대학을 다니고 있을 때
나는 아버지 논두렁 학교에 입학 하였다
형들이 서류 가방을 들고 뛰어다닐 때
나는 지게를 지고 뛰어야 했다
형들이 갈비를 뜯고 있을 때
나는 여윈 소 잔등을 어루만지며 달래고 있었다
형들이 회전의자에 앉아 돈을 세고 있을 때
나는 비탈밭에 사과나무를 심고 있었다
형들이 양주에 취해 비틀거릴 때
나는 아버지 학교에 취해 있었다
어느 달리는 바람이 툇마루에 걸터앉아
아버지를 부르든 날
아버지는 내손을 꼭 잡고
"미안하다 너에게 날개를 달아 주지 못했구나"
그러나 나는 가만히 속으로 대답하였다
"아버지 저에게 날개를 달아 주셨습니다
그러나 깃털이 없는 날개라 멀리 날지 못했을 뿐입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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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멍에
김복수
환갑을 건너뛴 늙은 황소 한 마리
자갈밭 묵정밭 갈고 또 갈고 있다
잡초는 가는 길 붙들고
돌 맹이는 발 뿌리에 쌓인다.
새벽별 보았더냐.
저녁별 돋았더냐.
쩔렁쩔렁 워낭소리 갈 길이 멀다
이랴이랴 어허 이랴 쯧쯧 어허
멍에 살마저 만질 수 없는
아버지의 세월
이제는
아비 되어 건너다보니
빼 속에 박혀 있는 아버지멍에
바람도 아파서 윙윙 울고 가더라
김복수 시인님 안녕하세요.
먼곳 까지 보내 주신 "시집"
감명깊게 읽고 있습니다.
서지월시인님께서
"상상력의 총화로 버무려진 밥상의 시"제목으로
마음으로 읽으시고,
마음으로 해설을 해 주셨기에
감동으로 읽었습니다.
시인님의 인생이 담겨있는 시집 2권
소중한 선물로 간직하며,
열심히 읽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한 마음, 축하의 마음,
마음으로 들어왔던 시 3편을
만들어서 올려드립니다.
우련祐練신경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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