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스크랩]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신석정

sosoart 2014. 7. 26. 00:31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 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새끼 마음 놓고 뛰어 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 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가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 똑 따지 않으렵니까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 신석정

 

 

 

 

어머니,당신은 그 머언 나라에서 어떻습니까/심여수

 

 

당신의 몸을 받아들이기 위해 땅을 파고

몇 번의 나침반 방향을 잡으며 남은 자들의 수없는 절규 속에서

고향의 선산에 아버지의 가묘 옆에 당신은 이제 누워계십니다

때를 놓친 자들의 절규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정리되지 못한 어수선한 마음으로 추억을 발설이나 할 수 있을지..

오뉴월에 엄살 부리는 미풍처럼 당신께 부디대던 제 속내평이

혼자서 곪고 터지는 이 사실이 어머니. 이건 배신입니다

즐거이 위임했던 영혼이고 정신이고 되돌려 받고 싶습니다

예언도 없이 죽음의 장막 뒤에서 불쑥 내밀던 손을 뿌리치지 않으신 당신

해바라기처럼 당신을 기억해야만 하는 우리

만리향 향기처럼 당신의 기억을 따라 가야만 하는 이 처지

귓가에 머무는 당신의 음성과 씹다말고 입속에 남아있는 음식처럼

흐르지 못한 이 순간이 괴롭고 슬프기 짝이 없습니다

머언 섬처럼 남아 계시는 아버지와 당신의 사이는

드러나지 않는 바다와 뒤덮이지 않는 육지 사이처럼 아득하기만 하여

그만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지는 눈물로 모든 것이 힘든 시간입니다

어머니,당신은 그 머언 나라에서 어떻습니까

나지막하게 개처럼 웅크립니다

어리석디 어리석은 마음에 후회와 그리움의 불도장을 찍습니다

얼마나 더 지독한 내출혈을 겪어야 당신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

까끌까끌한 모래알처럼 입안으로 삼켜지는 음식물

귓속에서 바스락대는 회한의 소리들

비틀거리며 서투른 팔삭동이로 여전히 살아 갈 날들의 쓰라림

찍찍 긁히는 영혼이라는 배경 위에 당신을 두고

무릎을 꿇고 엎드려 통한의 울음으로 애끓는 심사를 대신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이 화사한 세상에서 더 이상 눈물 뿌리지 않겠습니다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그저..어머니,

당신은 그 머언 나라에서 어떻습니까..라는 궁금한 안부를 여쭙습니다..


Tempo Adagio - New Trolls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심여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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