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라 그렇게 어둡지는 않았는데, 오층 건물 현관 입구 내가 늘 나와 담배를 피우던 곳, 허벅지 높이의 스테인리스 재털이가 세워져 있어 꽁초를 비벼 끄던 곳, 그날 아침 유달리 어두운 것도 아니었는데, 필터 바로 앞까지 억세게 빨고 남은 담배를 스테인리스 재떨이에 비벼 끄는데, 도무지 꺼지지를 않았다 양 옆으로 돌리고 앞으로 디밀어도 보았지만 어딘가, 어딘가 도무지 닿지 않았다 (까마득한 계단을 헛디디거나, 발 디딘 나뭇가지가 가뭇없이 부러지는 느낌도 그러했으리라) 그날 아침 흐린 눈 씻고 들여다보니, 내가 꽁초를 비벼 끄려 한 곳은 스테인리스 재떨이의 빈 구멍이었다 |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들풀처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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