同樂茶軒-문화와 예술/詩가 있는 뜨락

이쯤에서/ 신경림

sosoart 2014. 8. 5. 23:05

 

 

 

19614

 

 

이쯤에서

 

                                            신경림

 

이쯤에서 돌아갈까보다

차를 타고 달려온 길을

터벅터벅 걸어서

보지 못한 꽃도 구경하고

듣지 못한 새소리도 들으면서

찻집도 기웃대고 술집도 들러야지

낯익은 얼굴들 나를 보고는

다들 외면하겠지

나는 노여워하지 않을테다

너무 오래 혼자 달려왔으니까

부끄러워하지도 않을테다

내 손에 들린 가방이 텅 비었더라도

그동안 내가 모으고 쌓은 것이

한 줌의 모래밖에 안된다고

새삼 알게 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