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택씨 뭣허요
장근배
여말이요, 쌍태리에 맷돼야지 허벅지만 한 내 땅뙈기 있소 안,
고놈도 오져서 사과, 배, 대추 대나캐나 심었는디
올해가 벌써 3년짼갑써.
봄에 허벌나게 핀 배꽃이 번갯불이 하늘 찢어분날
열매 째지게 달았는디 농약이 하도 무섭다고 해싸서 냅 둬부렀드니
아그덜 주먹만 한 것들이 야물기도 전에 떨어져불고
볼가지가 파묵어불고 썩어부러갔고 아조 올해 배 농사 배레부렀당께
집이는 어뜨께 했는가 볼라고 엊저녁 보름달 뜰 때 구경 갔단 말이요.
와따 그란디 뭔놈의 배들이 그르케 귀신 씨나락 까묵는 소리들을 해싸?
웃다랑에 달린 놈들은 나라꼴이 개판이라고 개거품을 물고
가운데 달린 놈들은 물가가 거기까지 올랐다고 맬갑씨
하늘에다 삿대질을 해싸코
아랫고랑에 달린놈들은 비정규직이 문제라고 지랄들을 해싸코
산중 과일들이 세상을 쪽 꿰고 있더랑게라
사람새끼만 그란 줄 알았등마는 말 못하는 과일도 보고 배운대로 크는갑습디다.
나도 내년에는 다먼 얼마라도 농약도 쬐깐 치고
봉토 만들어서 싸줘야 될랑갑써라,
그란디 절대로 집이같이 신문지로 안 싸줄라요.
내 음악실에 돌아댕기는 음악책을 찢던가
헌책방 가서 동화책이나 그림책 사다가 봉토 이쁘게 만들어 싸줘야제
당췌 시끄러와서 못쓰겄등만,
바쁘제라?
들어가시요, 또 낼이나 통화합시다.
장 근배 전남 해남 출신으로 현재 광주 서강중학교 음악교사/한국문인협회회원/
담양문인협회 회원이었다.
저서는 논문/탄생의 숲
시집 /소금노인, 바람의 등걸이 등이 있었다.
장근배 시인의 시는 남도 소설가 천승세처럼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에서 투박하지만 우리네 일상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여 읽는이로 하여금 제 나름대로의 해석을 부추기는 詩인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하 어수선한 세상,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지껄이고 온갖 패악질 일삼는 이쪽 놈덜이나 저쪽놈
덜 이나, 이제는 제발 낮바닥 쥐어싸고 지구를 떠나든지, 그 동안 받아 처묵은 세비나 토해내고
밥숟가락들이나 놓고 영원히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져버리거라 이렇게 꾸짖고 싶네요.
정구업진언 수리수리 마수리 사바하............. 천수경의 머릿 구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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