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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묵: 또 하나의 시詩질서를 위하여》 기자간담회, 서울시립미술관

sosoart 2019. 3. 2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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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묵: 또 하나의 시詩질서를 위하여》 기자간담회, 서울시립미술관

객원연구원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12월 11일 오후 2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한묵: 또 하나의 시詩질서를 위하여>展 기자간담회가 있었다. 이번 전시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이자 기하추상의 거장인 한묵(韓黙, 1914-2016)의 첫 유고전으로, 한묵의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전 시기, 전 장르의 작품을 조명하는 전시다.

2003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 2003: 한묵>展에서 90여 작품, 2012년 갤러리현대의 <한묵>展에서 40여 작품이 전시된 것에 비해 이번 서울시립미술관의 <한묵: 또 하나의 시詩질서를 위하여>展에서는 130여 작품이 전시되어 한묵 단독 전시로는 최대 규모다.


인사말을 하고 있는 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의 인사말과 신성란 큐레이터의 전시 소개에 이어 한묵 화백의 부인 이충석 씨를 통해 작가의 생전 모습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왼쪽부터 신성란 큐레이터, 한묵 화백의 부인 이충석 씨, 백기영 학예연구부장

전시 관람에 앞서 이충석 씨는 남편인 한묵을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고, 작가는 작품으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하던 분’이라 말하며 평생을 실험적인 작업에 몰두했던 남편의 모습을 회상했다.


<한묵: 또 하나의 시詩질서를 위하여>展 전시장 입구

이 전시는 한묵이 추구한 작업세계의 본질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전시는 지리적으로는 서울시대와 파리시대로 크게 구분되어 있으며, 1950년대의 구상작업부터 시공간이 결합된 역동적 기하추상이 완성되는 1990년대까지의 작업을 시기별로 분류하여 작품 변화의 특징을 조명하고 있다.


1953년에 제작된 한묵의 첫 번째 작품 <공장지대>

전시 제1부인 서울시대는 작가의 작업세계가 구상에서 추상으로 변화하는 시기다. 1950년대 전반기는 한국전쟁의 참상, 가족이산, 가난에 대한 경험들이 작품에 주로 등장하며, 1950년대 후반부터는 사회적 부조리와 사회상에 대한 개인의 감성들이 주요한 소재가 되며, 가족, 십자가 등이 주로 그려졌다.


<가족>, 1957

제2부 파리시대Ⅰ는 1960년대에 해당하며, 평면구성에 주력한 작가가 대상이 완전히 사라진 평면을 색, 선, 형태로 자유롭게 구성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십자구성>, 1969

제3부 파리시대Ⅱ는 한묵의 예술세계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이후 1970년대의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이 시기 작가는 공간에 속도를 담아내는 새로운 공간개념을 모색했고, 평면에 움직이는 공간을 만들기 위하여 판화작업에 몰두했다. 특히 컴퍼스와 자를 사용하여 엄격하게 계산된 동적 공간구성을 시도했는데, 이는 동심원, 나선, 방사선으로 작품 속에 나타나고 있다.


<푸른 나선>, 1975

제4부인 파리시대Ⅲ는 1980년대 이후에 해당된다. 한묵은 현실의 삶을 우주의 유기적인 공간 개념으로 확장하면서 이를 ‘미래적 공간’이라 명명하며, 색과 선이라는 조형요소만으로 완전해지는 시각예술의 독자성을 모색하고자 했다. ‘미래적 공간’에 대한 탐구가 지속된 이 시기는 기하추상 작업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상봉>, 1991

제5부인 파리시대Ⅳ는 1980년대부터 말년까지로, 이전의 기하추상 작업과는 달리 먹과 한지, 종이 콜라주가 주요한 매개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95년에 제작된 종이 콜라주 작품 <외치는 사람>

특히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드로잉 작업은 한묵의 작업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심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계산한 식들이 적혀있는 드로잉

전시의 마지막 에필로그에는 한묵의 서예작품과 전시 관련 자료 및 생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상 등이 함께 전시되어 있어 작가의 인생과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요망금강(遙望金剛)>, 연도미상

이번 전시와 연계해 2019년 3월 9일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와 공동주최로 개최되는 학술심포지엄은 한국미술사에서 한묵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한묵: 또 하나의 시詩질서를 위하여>展은 2018년 12월 11일부터 2019년 3월 2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1층에서 관람할 수 있다. 투철한 작가정신으로 세상과 타협하지 않은 작가 한묵의 예술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묵의 인생과 작품세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이 전시회에 판화 1점과 아카이브 관련 잡지 3권을 대여했다.


원고작성 및 사진촬영: 이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