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골 통신-인생2막 이야기/다헌정담(茶軒情譚)-일상의 談論

다헌정담-1: 지나는 세월이 야속하더라....

sosoart 2022. 8. 30. 18:42

 

Daum Blog에서 티스토리로 옮긴후 테스트 용입니다. 

drawing work: 내 손주, 종이에 펜. 25x30cm, 2019.

茶軒情談-1 2020. 8.1

오늘도 아침에 비가 오더니 지금은 잠깐 비가 그치고 날이 개었습니다.

사실 이번 주는 외손주 녀석, 딸네 가족이 여름방학과 휴가여서 제주도 여행예약을 해놓았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벼란간 또 많이 증가했다고 , 계획을 취소하였기에, 우리 내외는 지난 주 금요일에 홍천 공방엘 내려와 쉬고있었는데, 이번 주 수요일 아내가 저녁을 먹다가 어금니에 덧씌운(crown) 금니가 떨어져 나와서, 당일 저녁에 급히 서울에 올라와 다음 날 치과 치료를 받고, 밤에 이곳 홍천으로 다시 내려왔습니다.

이제 나이가 먹을수록 2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이지만 피곤하고 힘이 들어 운전을 하기가 점점 싫어집니다.

홍천에서 빈집을 지키고 있는 마당의 복실이와 복자 밥과 물도 챙겨줘야 하고, 배설물도 치워야 하므로 1주일에 한 번씩 꼭 내려와야 하는데, 운전하기가 싫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니 여러모로 번거롭고, 또 가져와야 할 짐이 매주 뭐 그리 많은지 할 수 없이 운전을 하고 내려와야 합니다.

이제는 어디를 가든지 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를 않는군요.

여름이 되니 하루만 지나도 풀들이 쑥쑥 크는데, 1주일 만에 오다보니, 울타리 주변에 잡초가 무성하고, 마당의 잔디밭에도 민들레나 이름 모를 잡초들이 빽빽하게 자라서, 매주 잔디를 깎아주어도 표시가 나질 않습니다.

게다가 잔디밭에 개미들이 집을 지어서 흙무덤이 봉긋하게 올라와, youtube에 올라온 개미 퇴지 방법을 써 보았는데, 별로 효험이 없습니다.

붕산과 설탕을 물에 섞어서 무슨 삼립 보름달빵이라고 하는 것에 잘 비벼서 개미집 근처에 놓으면 며칠 만에 개미가 박멸된다고 하더니, 역시 뻥인가 봅니다.

youtube에 영상을 올려 일정한 구독자가 생기면 광고수익이 난다고 하더니, 요즈음은 벼라별 분야에서 youtube의 제자백가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려. 누구 말따나 "개나 소나....."발을 들여놓는 시대가 되었나 봅니ㅏ.

홍천의 집에 오면 아무런 생각없이 쉬었다가 가면 좋겠는데, 아무 것도 안하고 쉬기로 작정을 하고 내려와도, 눈에 보이는 잡초를 보면 그냥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잡초도 뽑고, 밖에 쳐놓은 울타리 기둥 썩은 것도 삽으로 파서 뽑아내어 다른 것으로 갈고, 공방의 허접쓰레기도 하나하나 차근차근 치우려고 하니, 내려올 때 마다 쉬기는커녕 일이 많아서 더 피곤하기만 합니다.

이제는 모든 것이 다 귀찮아집니다. 몸도 잘 말을 들어주지 않으니 “그냥 쉬고만 쉽습니다.” 나이가 정말 먹었나 봅니다.

지금 또 비가 억수로 쏟아지네요.

사실 오늘은 공방 입구의 출입구를 전실前室이라고 해야 하나? 지붕과 기둥을 세우는 작업을 할 요량이었는데, 아침부터 비가 와서 주춤하고 있다가, 비가 그쳐서 점심때쯤 시작을 하려고 했는데, 또 지금 비가 억수로 쏟아오니 다음으로 미뤄야 하겠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모처럼 얻은 휴가의 휴일인데 여행도 못가고 서울과 홍천을 왔다갔다 하다가 다 보내 버렸습니다.

모처럼 아내와 둘이서 문경새재나 통영이나 갔다 올까 했는데 다 끝나버렸네요. 아까워라......

지난 날 인터넷 카페와 이곳저곳에 흘려놓았던 글들을 취합, 정리하여 한 곳에 모아놓으려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Daum blog에 올려놓았던 글을 손보아 Naver blog에 개정판(?)으로 정리하여 올려놓을까 하다가, 그것도 부담이 되어 우선 “저무는 숲속에”라 제목하여 네이버밴드를 만들어서, 거기에 취합하여 올려놓는 작업을 하고, 다 되어 혹시 책을 만들게 되면 써먹을까 생각을 합니다.

벌써 10여년이 훌쩍 지난 글들이어서 지금 다시 읽어보면 “참 풋내나는 글”이구나란 생각이 들어 다듬고 손을 봐야 할 곳이 너무 많더군요.

그런데 근 10년을 글을 쓰지도 않고 그냥 시간만을 죽이고 있으니, 사람의 머리가 너무 녹 쓸어가고, 또 아무리 쉽고 간단한 단어도 생각이 나지 않아 막연히 나이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것 같아서,

이 작업이라도 다시 시작을 해야 기억력 잠식을 막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가족들과 얘기할 때에나 타인과 어떤 얘기를 할 경우에도, 지극히 간단한 단어도 생각이 나질 않아서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민망하고 속이 상한 데, 이런 상황을 너무 자주 경험하게 되어 걱정입니다.

나이가 들면 갈 곳은 오직 한 곳뿐이라고 하지만,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너무 자신의 건강에 자만했고, 늙어서도 꾸준히 몸과 건강관리를 했어야 하는데도 젊은 날 남보다 건강하고 많은 운동을 했다해서 소홀히 했더니, 남들은 백수를 하네, 어쩌네 하는데 이 꼴이 무슨 꼴인지 한심하기만 합니다.

아직도 할 일이 태산인데..... (나만 이런 욕심이 과한가....?)

지금부터라도 정신과 육체를 곧추세우고 오늘을 헤쳐 나가야겠습니다.

그래야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해피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마음 같아서는 지금도 일부러라도 아니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어 주변에서나 아니면 가깝던 먼 곳이던 다니며 스케치도 하고 드로잉도 하고 싶은데.....

준비가 안 되면 안 된 대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순발력 있게 대처를 해야겠습니다.

지금 밖에는 또 별안간 호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비는 여기서는 한 10년 만에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10년 전만해도 여름엔 비 그리고 겨울엔 눈이 많이 왔었는데, 그동안 뜸하더니 세상의 기후가 이 땅의 붉은 무리의 하는 짓거리처럼 제멋대로 돌아가는 모양입니다 그려.

아! 늙어 간다는 것은 서글픈 것

이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

무얼 해도 누구 하나 눈여겨보지 않는다는 것

죽는 날까지 항상 “나”는

내 안에 내 존재가 꿋꿋하다 생각을 하지만

지금은 이미 내가 아닌

그저 무심하게 스쳐가는 창밖의 풍경과 같다는 것

존재는 이미 옛날의 그것으로 흘러갔고

지금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

그것이 허허로울 뿐

인간은 큰 울음으로 태어나지만

갈 때는

그림의 소실점처럼

그냥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비가 오니 별의별 허튼 생각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나는 아직도

박재삼

나는 아직도 꽃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찬란한 노래를 하고 싶습니다만

저 새처럼은

구슬을 굴릴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놀빛 물드는 마음으로

빛나는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만

저 단풍잎처럼은

아리아리 고울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빈 손을 드는 마음으로

부신 햇빛을 가리고 싶습니다만

저 나무처럼은

마른 채로 섰을 수가 없습니다.

아, 나는 아직도 무언가를

자꾸 하고 싶을 따름,

무엇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미 고인이 된 박재삼 시인, 그는 지금도 “그리운 성산포”를 하늘에서도 그리워하고 있을까?

느리게 인생이 지나갔다

이기철

열 줄만 쓰고 그만두려 했던 시를

평생 쓰는 이유를 묻지 말아라

내가 편지에, 잘못 살았다고 쓰는 시간에도

나무는 건강하고 소낙비는 곧고 냇물은 즐겁게 흘러간다.

꽃들의 냄새가 땅 가까운 곳으로 내려오고

별들이 빨리 뜨지 못해서 발을 구른다.

모든 산 것들은 살아 있으므로 생이 된다

우리가 죽을 때 세상의 빛깔은 무슨 색일까,

무성하던 식욕은 어디로 갈까,

성욕은 어디로 사라질까,

추억이 내려놓은 저 형형색색의 길을

누구가 제 신발을 신고 타박타박 걸어갈까,

비와 구름과 번개와 검은 밤이

윤회처럼 돌아나간 창을 달고 집들은 서 있다.

문은 오늘도 습관처럼 한 가족을 받아들인다.

이제 늙어서 햇빛만 쬐고 있는 건물들

길과 정원들은 언제나 예절 바르고 집들은 항상 단정하고 공손하다.

그 바깥에 주둔군처럼 머물고 있는 외설스러운 빌딩들과 간판들

인생이라는 수신자 없는 우편 행랑을 지고

내 저 길을 참 오래 걸어왔다.

내일은 또 누가 새로운 식욕을 되질하며

저 길을 걸어갈까,

앞 사람이 남긴 발자국을 지우면서 내 이 길을 걸어왔으니

함께 선 나무보다 혼자 선 나무가 아름다움을

이제는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내 풍경 속에 천 번은 서 있었으니

생은 왜 혼자 먹는 저녁밥 같은가를 이제는 대답할 수 있을 듯하다.

지금쯤 휴가를 간 사람들은 많이 불편할 것 같습니다. 대체로 전국이 장마권에 들어 호우와 폭우를 반복하며 비가 오락가락 한다고 합니다.

지난 글들을 정리하다 예전에 남도 여행을 하면서 그 소회를 적은 여행의 기록을 보니, 더 늙기 전에 다시 남도로 여행을, 아니 그때 가봤던 그곳을 다시 가봤으면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이번에는 아내와 둘이서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 여행의 여정을 정리해 봅니다.

외손주의 육아에서 잠시라도 여유시간이 생기길 바라면서.....

Kyung Wha Chung plays Beethoven Violin Concerto (1989)

https://www.youtube.com/watch?v=Jh-rZ23tAt0